단돈 '만원' 보험금 청구에도 깐깐하게 이것저것 서류를 요구한다면 소비자는 어떤 생각이 들까.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생각할 법하다.
바로 생명보험사 빅3 중 하나인 교보생명 얘기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소액보험금 지급 절차를 지나치게 까다롭게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권고하는 소액보험금 청구 간소화 조치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예컨대 상해나 재해 등에 따른 통원의료비(통원비) 지급의 경우 보험금이 통상 1만원 수준인데, 진료비 계산 영수증 외에 통원 날짜가 적힌 별도의통원확인서' 요청이 대표적이다.
교보생명은 통원 치료가 5~6회를 넘어가면 통원확인서를 요구하고 있다. 보험금 청구 금액으로 따지만 5만원에서 6만원 청구 건부터 더 깐깐히 본다는 얘기다.
진료비 계산 영수증에는 피보험자의 인적 사항과 함께 처방 내용(코드), 그리고 '통원치료 날짜'가 이미 적시돼 있다. 교보생명이 보험금 지급 심사를 위해 별도로 요구하는 통원확인서와 서류 중복이 생긴다.
보험업계에서는 진료비 계산 영수증에 기재된 정보만 봐도 통원비 지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요 보험사들은 소액보험금 청구에 있어 진료비 계산 영수증 정도만 서류를 요구한다.
앞서 금감원에는 교보생명이 단돈 만원 보험금 청구에도 지급 심사를 지나치게 까다롭게 한다는 민원 상담이 있었다.
금감원은 교보생명의 소액보험금 청구에 있어 이런 중복적인 서류 요청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진료비 계산 영수증만 있어도 보험금 지급 판단이 가능하다"며 "교보생명의 추가 서류(통원확인서) 요청은 지나치다"고 결론을 내렸다.
교보생명은 내부 절차에 따라 보험금 심사를 지급하는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 절차에 따라 철저하게 심사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감원에 상담된 교보생명 민원을 보면 2~3만원 소액보험금 청구가 몇 차례 반복되자 보험사기가 의심된다며 현장조사를 한다고 밝혀 논란이 된 사례도 있어 교보생명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보험금 청구를 누락시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청구 과정이 복잡하고 이에 더해 증빙 서류를 구비하기가 번거롭다는 점을 꼽았다. 때문에 지난해 통원 치료의 경우 32.1% 만이 청구한 것으로 조사했다. 통원 치료를 한 10명 가운데 3명만 보험금을 청구한 셈이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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