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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윤석 “`미성년`, 꼭꼭 숨겨온 보물 공개한 느낌…감독 데뷔 실감 안나”
입력 2019-04-11 07:01 
`감독` 김윤석은 데뷔작 `미성년`에 대해 "언젠가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제공| 쇼박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티 안 내려고 무던히 노력 중인데 실은 미치도록 긴장돼요. 감독이 되니 한 컷, 몇 초 되지도 않는 작은 부분까지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좀 힘드네요.”
배우 김윤석(51)은 자신의 감독 데뷔작인 영화 ‘미성년 개봉을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촬영 내내 자신이 감독이 됐다는 사실조차 까먹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고, 모든 작업이 낯설고 어려웠다고 솔직하게 덧붙였다. 5년 전 소극장에서 본 연극 ‘미성년을 영화화하기까지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단다.
원작은 젊은 친구들이 순수 창작한 연극인데 외국 희곡이 아닌 국내 창작극이라 좋았고, 내용은 더 좋았다”는 그는 독특한 매력에 확 끌린 찰나에 작가가 이 작품을 시나리오로 만들고 싶다고 하더라. (원작 연극에선) 남학생과 여학생이 등장하는데 이성으로 설정하면 자칫 다른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것 같아 두 여학생으로 설정을 바꿨다. 시나리오 작업에만 3년, 후반 작업까지 5년이나 걸렸다”고 했다.
(예전부터)막연하게 감독을 하려는 생각은 있었어요. 연극 연출의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있었지만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그런 이야기를 찾으면 하겠다고 생각했죠. 장르적 현란함이나 속도감, 풍성한 볼거리 그리고 쾌감이 주가 되는 작품 보다는 드라마와 캐릭터만으로 승부하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언제 어디서도 유행을 타지 않는, 근본에 충실한 작품이요.”
실제로 감독 김윤석의 영화 그랬다.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 극 중 다섯 명의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5개의 고민과 마주하게 되는데,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처해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웃을 수도, 웃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들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른스러움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어른의 모습과 ‘아이스러움을 뛰어 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성년과 ‘미성년에 대한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이번 작품으로 연출뿐 아니라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 아빠 대원을 연기하기도 한 그는 처음엔 다른 사람들에게 역할을 주려 했는데 다들 거절하더라”라며 허허 웃었다.
이어 두 세 번 거절을 당한 뒤 ‘이건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대원 캐릭터는 대부분 뒷모습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제안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대원은 어느 정도 익명성을 바랐던 인물로, 고유명사의 한 인물이라기보다 우리의 약함을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어느 날 받은 한 통의 문자로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불륜이 모두 밝혀졌다는 사실에 당황한 대원은 이내 아내 영주(염정아 분)는 물론 딸 주리(김혜준 분), 그리고 불륜 상대 미희(김소진 분) 그리고 미희의 딸 윤아(박세진 분) 등 자신 때문에 얽히게 된 이 모두로부터 무책임하게 도망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임을 보여주는 ‘미성년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
김윤석은 배우로서 임하는 것과 연출을 직접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정말 달랐다. 연출자로서의 고뇌와 고충들을 십분 느꼈다. 둘 다 하는 건 정말이지 고통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감독 김윤석은 연기 내공 단단한 배우들을 믿고, 기다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제공|쇼박스
제가 좋아하는 작품의 성향과 그간 제가 출연했던 작품의 결이 너무 달라 (함께 한 배우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놀라시는 것 같아요.(웃음) 오래가는 테마는 결국은 인간의 이야기이고 왕이나 히어로가 아니라 가장 이웃의 평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두 번, 세 번을 봐도 질리지 않고 꺼내서 볼 때마다 새로운 점을 발견하는 것이 개인의 삶에 섬세하게 다가갔을 때 오는 디테일들을 좋아하죠. 그런 이야기,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 어떤 의미로든 제겐 남달라요. ‘언젠가 꼭 해야지 했던, 꼭꼭 숨겨둔 무엇이라 관객 분들에게 빨리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하하!”
김윤석 감독은 염정아 김소진 김희원 이희준 이정은 등 연기파 라인업에 대해 운도 좋았고 오랜 연극 생활이 큰 도움이 됐다. 워낙 오랜 기간 알고 지낸 배우들이 많았기 때문에 역할마다 정말 기대 이상으로 완벽하게 소화해줬다. 감격스러웠다. 정말 고맙다”며 뿌듯해 했다.
두 여학생을 맡은 신예 후배들에 대해서는 오디션을 통해 만나 영화 촬영에 앞서 굉장히 연습을 많이 하고 대화도 나눴다. 처음엔 감독으로서가 아닌 연기 선배로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허물려고 노력했고, 그 과정을 거친 이후부터는 연기 연습을 함께 많이 했다. 다른 배역은 몰라도 두 배역만큼은 새로움과 사실감이 중요했다. 신인으로 꼭 해야 한다는 소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리 작품의 강렬한 무기는 바로 배우들의 표정이라고 생각해요. 워낙 연기를 잘 하는 분들만 모여 있어 저는 그 모습이 나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됐죠. 저의 디렉션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았아요. 제 이야기는 이미 대사에 다 담았기 때문에 남은 건 배우들을 믿는 것뿐이었어요. 감독으로서 모든 작업이 힘들었지만 유일하게 쉬웠던 건 바로 그 기다림이었던 것 같아요. 조금의 걱정도 없이 배우들을 믿었고, 그들은 더 대단한 연기로 보답해줬으니까요.(웃음)”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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