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구입·투약 혐의` 로버트 할리 구속영장 `기각`

마약 구입 및 투약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유명 방송인 겸 미국 변호사 로버트 할리씨(61·한국명 하일)가 석방됐다.
수원지법 박정제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0일 오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할리씨를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벌여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로써 하일씨는 지난 8일 경찰에 체포된 지 이틀 만에 풀려났다.
재판부는 할리씨를 구속하지 않은 사유로 피의사실에 대한 증거자료가 대부분 수집됐고, 피의자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면서 영장에 기재된 범죄를 모두 인정해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주거가 일정하고 종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들었다.
할리씨는 지난달 인터넷을 통해 필로폰을 구입한 뒤 이달 초 투약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지난 8일 경찰은 할리씨 서울 자택 화장실 변기 뒤쪽에서 범행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주사기를 발견하고, 지난달 할리씨가 마약 판매책 계좌에 수십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소변 간이 검사에서도 '마약 양성' 반응을 확인했다.

할리씨는 경찰조사에서 인터넷에 뜬 마약 판매 광고를 보고 판매자와 SNS로 연락했고, 현금을 송금한뒤 일명 던지기수법(비대면거래)으로 마약을 받았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할리씨는 과거에도 마약 투약 혐의로 두 차례 조사를 받았지만 '음성' 반응이 나오는 등 뚜렷한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할리씨를 석방한 뒤 불구속 상태에서 여죄와 공범 존재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한편 마약투약 혐의로 구속된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31)는 할리씨와 같은 방식으로 마약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 2~3월 서울 자택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투약한 필로폰을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던지기 수법으로 구매했다. 던지기는 필로폰 구매자가 돈을 입금하면 판매자가 마약을 숨겨놓은 특정 장소를 알려줘 찾아가도록 하는 마약 거래 방식이다. 마약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얼굴을 모른채 거래하기 때문에 마약사범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는 수법이다. 경찰은 이번주내 황씨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 하고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황씨가 마약을 권유한 인물로 지목한 연예인 A씨에 대해 조사하고 있지만 "수사가 진행중이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원 =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