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접대' 의혹을 받아 온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65)과 함승희 전 강원랜드 사장(68)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지 1년 만이다. 경찰이 두 사람을 정식 입건해 검찰에 넘길 예정이지만 정치권 눈치를 보며 '시간끌기 수사'를 했다는 비난 여론은 말끔히 씻어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강원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0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김 전 위원장과 함 전 사장을 비롯해 5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받은 금품 등이 100만원 미만이지만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는 1명은 관계기관에 과태료 통보할 계획이다.
김 전 위원장은 대학교수 시절인 2017년 8월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KLPGA 투어 프로암대회'에 참가해 주최 측인 강원랜드로부터 식사와 골프, 기념품 등 100만원이 넘는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프로암대회는 공식 대회에 앞서 후원자와 저명인사 등을 초청해 이벤트 형식으로 치르는 행사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대학교수 신분으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었다. 그동안 김 전 위원장 측은 "당시 골프비와 식사비, 의류 상품권 등 받은 총비용은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경찰이 수사결과를 내놓은 것은 국민권익위로부터 수사 의뢰받은 지 1년 만이다. 강원랜드 내부 고발로 제기된 사건은 국민권익위 검토를 거쳐 지난해 3월 수사 의뢰됐다. 그러나 경찰 수사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정치권 눈치 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의도적으로 시간만 끌면서 늑장 수사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김 전 위원장 소환조사도 지난 3월 24일에서야 이뤄졌다. 앞서 지난해 9월 강원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모두 지지부진한 경찰 내사를 질타한 바 있다.
[춘천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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