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회계는 비용 아닌 투자…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회"
입력 2019-04-09 17:46 
◆ 감사대란 이제 시작이다 (下) / 전문가가 본 감사대란 ◆
신외부감사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충분히 유입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를 불투명한 회계로 보는 것으로, 회계가 투명해질 경우 외국인 자금 유입이 늘어나 증시 저평가가 완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9일 회계감사 전문가와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신외감법 도입이 회계 리스크를 줄여 외국인 자금 유입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불투명한 회계로 인해 분식회계 사태가 발생하고, 이 같은 회계 리스크가 외국인으로 하여금 한국 증시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들 전문가들은 회계 투명성이 제고될 경우 해외 자금 조달 금리가 낮아지는 등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회계의 불투명성은 실적의 가시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회계제도가 불투명하다 보니 한국에서는 공시 때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는 문제가 있었다"며 "특히 연말인 4분기 실적이 다른 분기에 비해 크게 변동되는 이슈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증권가에서도 회계의 일관성이 확보돼야 한국 증시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조금이라도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는 "한국의 회계를 보면 과거에 비해 발전하고 개선됐는데, 외국인이 보기에는 좋아졌다는 확신을 하기 힘들 수 있다"며 "내부 회계 관리를 외부감사인 '검토'에서 '감사' 수준으로 올린 조항 등은 한국 회계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회계가 투명해질 경우 한국 기업들의 해외 자금 조달 금리가 낮아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감소로 주가가 올라 장기적으로 주주에게 이익이 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겪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회계 투명성 강화로 기업 가치가 1%만 상승해도 국민 전체의 부라 할 수 있는 코스피·코스닥 전체 시총이 16조원(1600조원 기준) 증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감사 강화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기술력은 있는데 재무 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기업들의 경우 기업공개(IPO) 딜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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