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의혹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범죄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을 무고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미 같은 혐의로 두 차례 수사를 받으며 혐의 입증의 어려움을 간파한 김 전 차관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늘(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전날 자신으로부터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여성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냈습니다.
김 전 차관은 고소장에서 이 여성이 2013년 검찰·경찰 수사 당시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원주 별장 등지에서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2007년 4월과 이듬해 3월쯤 윤 씨의 별장 등지에서 여성들과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으나 2013년 11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이듬해는 한 여성이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자신이라고 주장하며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으나 역시 무혐의로 결론 났습니다.
앞선 수사 과정에서는 "강간을 당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피해자의 말이 바뀌는 등 진술 신빙성이 부족한 점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주된 근거가 됐습니다. 김 전 차관은 이들 여성을 아예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성범죄 혐의에 대한 판단을 일단 보류한 점도 김 전 차관이 맞대응에 나서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과거사위는 지난달 25일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의혹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의 경찰 수사 방해 혐의만 검찰에 수사를 권고했습니다.
실무기구인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대신 성접대 의혹의 발단이 된 윤 씨와 내연녀 A 씨 사이 쌍방 고소사건에 무고 정황에 있는지 집중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윤 씨의 부인은 2012년 10월 윤 씨와 A 씨를 간통 혐의로 고소했고, A 씨는 같은해 11월 윤 씨 측을 성폭행과 공갈 등 혐의로 맞고소했습니다. 조사단은 A 씨로부터 가져간 20억 여원을 돌려달라는 압박에 시달리던 윤 씨가 부인을 동원해 '셀프 고소'를 했고, A 씨도 윤 씨를 무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때 함께 윤 씨를 고소한 여성은 조사 과정에서 윤 씨와 A 씨가 동거한 사실이 드러나자 이때부터 김 전 차관에게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게 당시 검찰의 판단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은 김 전 차관의 고소사건을 일단 형사1부(김남우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다만 서울동부지검에 별도로 차려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김 전 차관의 성범죄 의혹 수사를 본격화할 경우 사건을 넘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