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연중 회계감사체제로 바꿔야 대란 막아
입력 2019-04-08 17:51  | 수정 2019-04-08 21:19
◆ 감사대란 이제 시작이다 上 ◆
최근 삼정KPMG는 파트너 인사를 단행하며 사내 감사품질위원회를 신설했다. 기존 품질관리실 파트너를 포함해 주요 감사전문 파트너 12명을 위원으로 선임하고, 기업별 감사업무 배정부터 향후 품질 개선까지 제도와 절차를 재설계해 글로벌 스탠더드 이상으로 감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국내 최초로 '세컨드 라인 디펜스(Second Line of Defense)팀'을 구성했다. 이 팀에는 금융, 소비, 유통, 중공업, 자동차 및 통신, 바이오 산업까지 부문별감사 및 국제회계기준(IFRS) 전문가 13명을 포진시켰다. 이들 전문가는 직접 감사업무에 투입되지 않는 대신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감사팀과 실시간 연중 소통하며 산업 부문별 회계기준 변화, 중점 사항 등 분·반기별로 시점에 맞는 회계감사에 대한 조언을 진행할 예정이다. 주로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국내보다 감사가 더 철저한 선진국의 회계 사례를 벤치마킹해 연말 연초에 집중된 감사 집중도를 덜고 연중 감사 체계를 구축해 미리미리 회계감사 리스크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박은숙 삼정KPMG 세컨드 라인 디펜스팀 리더(상무)는 "감사실무를 맡은 회계사만 감사를 수행하던 관례에서 벗어나 세컨드 라인 디펜스팀을 활용해 후방에서 산업 부문별 전문가들이 연중 소통하고 사전에 감사 리스크를 제거하는 방식"이라며 "연말 연초에 집중된 업무를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장사들과의 의견 간극을 지속적으로 좁힐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사전에 감사보고서 지연 공시나 비적정 의견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3~4월에 집중된 회계감사 대란을 막기 위해 연간 단위가 아닌 분·반기별로 사전에 소통하는 연중 감사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103곳(3월 말 기준) 중 12월 결산법인은 코스피가 756곳, 코스닥이 1306곳으로 총 2062곳에 달한다. 시장별로 코스피가 총 772곳 중 756곳으로 97.9%, 코스닥이 총 1331곳 중 1306곳으로 98.1%에 달한다. 사실상 상장사 대부분이 12월 결산법인으로 감사 시즌은 1~3월에 집중돼 있다.

기업이나 회계법인 양자 모두 특정 시점에 일이 집중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법인세 신고 시점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해 결산법인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는 환경에서 분기별, 반기별로 꾸준히 기업과 소통하고 회계 모니터링을 하는 감사 체계 구축이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옛날에는 회계사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감사 시즌 분산을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금융·증권사들은 3월 결산을 지시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며 "기업들의 결산 시점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감사 대란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은 연중 감사 체계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회계감사 강화는 시대의 흐름으로 투명한 회계가 기업의 가치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 감사 부담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기회라는 관점으로 재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분·반기별로 미리미리 준비하는 감사도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분·반기에 한정, 의견거절 등의 비적정 의견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반면 연초에 비적정 의견이 몰리면서 증시에서는 거래 정지와 상장 폐지 절차 등의 급작스러운 사태가 벌어지고 소액투자자들의 피해도 극심해지고 있다. 박권추 금융감독원 회계전문심의위원은 "외감법 강화로 한계기업이 솎아내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당국에서는 기업의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연중 감사 체계 도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감독당국의 감리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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