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국고채 투자와 저금리 현상이 순환하면서 '금리 딜레마'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험사들은 보장성 보험 비중확대와 파생금융상품, 해외투자 또는 대체투자 등을 활용해 금리 딜레마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8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008년 12월 4.87%에서 올해 3월 1.95%까지 떨어졌다. 2008년에는 만기가 길수록 국채금리가 높았으나 최근에는 만기와 무관하게 국채 수익률이 '평탄한 기울기(Flattening)'를 보였다.
장기물을 중심으로 한 국채금리 하락은 보험사의 국채투자 증가에서 비롯했다는 분석이다. 보험사들의 자산은 2008년 말 354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155조원으로 연평균 13% 증가했다. 이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험사 총자산의 비율은 35.5%에서 64.8%로 확대됐다.
자산이 증가하면서 보험사들은 국채 보유를 늘렸다. 2008년 말 80조원이던 게 지난해 3분기 말 253조원으로 3배를 훌쩍 뛰어 넘었다. 국채 중 보험사의 보유 비중은 2008년 23.5%에서 2017년 34.9%로 확대됐다. 국채시장의 가장 '큰 손'이 보험사다.
보험사들이 자산 증가에 대응해 보험금 지급여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고 국채 보유를 늘렸는데, 도리어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금리가 보험사의 국채투자를 촉진하고, 보험사의 국채투자 증가는 다시 금리를 하락시키고 있다"면서 "이 같은 현상이 보험사의 자본관리를 더욱 어렵게 옥죄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신지급여력제도가 도입될 경우 보험사들의 '듀레이션 갭'이 커질 것"이라며 "듀레이션 갭 확대를 예방하기 위해 국채 보유를 늘리고, 이는 다시 금리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연구위원은 "앞으로 금리 딜레마 현상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따라서 보험사의 국채투자 증가가 국채금리 하락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 감독당국에서는 신지급여력제도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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