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이더블유케이(EWK)가 최근 지열발전이 지진 유발을 촉발한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 회사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더블유케이는 최근 지열발전 관련주로 묶이며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나타낸 바 있다.
부태성 이더블유케이 대표이사는 최근 부산 국제물류산업단지에 위치한 이더블유케이 본사에서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열발전 방식에 여러가지가 있는데 당사가 다루고 있는 분야는 유기랭킨사이클(ORC) 바이너리(저온) 타입"이라면서 "포항에 도입한 지열발전은 인공저류층생성기술(EGS) 방식으로, 우리와 전혀 다르다"고 힘줘 말했다.
이더블유케이는 지난 2009년 설립된 지열발전설비 전문기업이다. 열수기화기, 응축기 등 지열발전에 필요한 핵심설비를 생산한다. 지열발전은 고온의 지열을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지열발전에는 크게 바이너리 방식, 건조증기 방식, 플래시증기 방식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기존에는 플래시증기 방식과 건조증기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들어서는 바이너리 방식의 지열발전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먼저 건조증기 방식은 지반에서 나오는 고온의 기체를 터빈에 직접 분사해 가동, 발전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고온 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연결 과정에서 불순물 제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플래시증기 방식 역시 지반에서 나오는 뜨거운 지열수를 분리기를 통해 액체와 기체를 분리한 후 기체만 터빈에 분사해 가동한다. 마찬가지로 기체 존재가 가능한 고온 지역에서만 가용이 가능하며 불순물 제거가 어렵다는 단점이 상존한다.
바이너리 방식은 이 두 방식보다 진일보한 기술이다. 뜨거운 지열수를 열원으로 이용해 2차유체(특수물질)을 데운 후 이를 작동 유체로 사용한다. 2차유체를 예열기로 기화한 후 터빈을 돌리고 이를 다시 응축해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불순물 염려도 없고 저온 지역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더블유케이는 바이너리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2위로 매출의 100%가 수출에서 나온다.
부 대표는 "포항에 도입된 EGS 방식은 지하 약 4㎞ 이상 깊이에 두 개의 구멍을 시추해 고압의 물을 인위적으로 집어넣는 구조"라면서 "물을 지열로 데운 다음 데워진 물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를 다른 쪽 구멍으로 빼내 발전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해 화산지대가 아닌 경우에도 지열발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발 단계에서 안전 등의 문제가 제기돼 전 세계적으로 도입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굴착과 물 주입에 의한 영향이 누적될 경우 임계응력 상태에 있는 단층이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이더블유케이가 집중하고 있는 바이너리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단 한 차례의 문제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부 대표는 강조했다. 이더블유케이의 지열발전 관련 사업은 지진과 전혀 연관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 이더블유케이는 현재까지 8개 국가에 50개 프로젝트를 아무런 문제 없이 수행했다. 칠레에서는 남미 최초로 지열발전을 가동했고 이 외에도 터키, 이스라엘, 케냐, 인도네시아 등 각지에 바이너리 방식의 지열발전 제품을 공급했다.
이더블유케이 제3공장 전경.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분위기는 침체됐지만 사업은 순항하고 있다고 부 대표는 강조했다. 실제 회사는 지열발전 부문 외에도 화공·액화천연가스(LNG)플랜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최근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 비중이 2017년 약 18%에서 지난해 33%까지 올라왔다. 매출도 43억원에서 77억원으로 78.2% 가량 급증했다.
늘어나는 지열발전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생산 라인도 재정비했다. 회사는 최근 부산 본사 인근 미음산업단지 내 2000평 규모의 제3공장을 새롭게 임대하면서 원스톱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기존에는 응축기(공랭, 수냉) 등에 장착되는 배관(튜브)을 구매해서 써왔는데, 지난달 본사 제1공장에 위치한 한 동을 배관 생산라인으로 바꾼 것. 배관을 직접 생산하면서 납기를 크게 단축할 수 있게 됐고 3~4% 수준의 비용 절감 효과를 봤다. 생산 라인을 재정비하고 지난달 이후 현재까지 약 3000달러 규모의 물량을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 대표는 "튜브 직접 생산 등 설비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면서 "시장 여건 등 외부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든 것들을 안에서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소개했다.
기대를 모았던 민자발전사업(IPP)은 잠시 제동이 걸렸다. IPP(Independent Power Plant)는 발전소를 직접 만들어 운영, 전력을 약정된 금액으로 판매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더블유케이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터키 지열 민자발전 사업에 진출, 터키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에게심(EGESIM)과 현지 IPP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한 바 있는데, 최근 터키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환율 리스크 등 현지 사업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이에 이더블유케이 측은 권토중래(捲土重來)의 심경으로 지난달 해당 법인을 처분했다. 손실액은 4억8000만원 수준이다.
부 대표는 "터키 경제가 갑자기 나빠져 합작법인을 처분할 수 밖에 없었지만 사업이 완전히 어그러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터키의 경우 에게심과 꾸준히 협의하고 있어 언제든 다시 사업을 재개할 수 있으며 이 외에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를 비롯해 미국, 탄자니아 등의 국가와 IPP 사업 관련 합작법인 설립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가는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지열발전 설비 관련 기술을 보유한 탓에 오히려 시장에서 지열발전주(株)로 묶이며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악화된 탓이다. 부 대표는 "상장 이후 IPP 사업으로 가기 위해 꾸준히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 인식 등 비(非)펀더멘털 요소에 의해 평가절하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다"면서 "이더블유케이는 지진과는 무관한 지열발전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부진한 주가를 부양키 위해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등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더블유케이 제1공장 내 튜브(배관) 생산라인.
[부산 =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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