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첫 주말인 7일 점심 무렵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난 불을 지나가던 고등학생들이 발 벗고 나서 진화해 큰불로 번지는 것을 막았습니다.
서울 송파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10분쯤 송파구 방이동의 한 식당 뒤편 환풍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시작됐다. 불길은 곧바로 바로 옆 천막과 에어컨 실외기로 옮겨붙었습니다.
아직 소방대원들이 출동하기 전 이 불을 끄기 시작한 건 인근을 지나던 학생들이었습니다.
당시 학원을 마치고 다른 학원에 가기 전 인근 편의점에서 먹을거리를 사던 방산고등학교 1학년 김준우 군과 송채호(이상 16) 군은 "불이 났다"는 말을 듣고 곧장 현장으로 뛰어갔습니다.
김 군 등이 불길 확산을 막는 사이 소방대가 출동해 진화에 나서 불은 오후 2시26분쯤 완전히 꺼졌습니다.
김 군은 "편의점에 어떤 남자들이 들어와 불이 났다면서 급하게 물을 사 가더라"며 "아무 생각 없이 일단 따라갔더니 실외기 두 대가 불에 타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김 군은 "처음에는 불이 크지는 않았지만, 둘이서 끄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일단 최대한 번지는 걸 막아보고자 가까운 곳에서 소화기를 빌려와 뿌렸다"고 말했습니다.
송 군은 "불이 났다기에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싶어서 같이 가봤다"며 "주변에서 물을 뿌리면서 불을 끄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소화기를 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니던 학원과 , 편의점 샌드위치 가게, 핫도그 가게에서 소화기를 빌려다가 불을 껐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위치상 실외기 뒤쪽의 불을 잡기가 힘들어서 일단 번지는 것만 막자는 생각으로 소화액을 뿌렸다"며 "실제로 소화기를 사용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예전에 소화기 사용법을 수련회 등에서 배웠고, 평소 아버지께서 불이 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가르쳐주셔서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 학생은 "다치지는 않았다"면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습니다.
소방당국도 자칫 큰불로 번졌을 것이라며 이들 학생을 아낌없이 칭찬했습니다.
송파소방서 관계자는 "나중에 보니 학생 둘이서 소화기 5대를 빌려다가 껐더라"며 "그대로 뒀으면 큰불로 이어졌을 텐데 장하게도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