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 알쏭달쏭] 공시가격 상향 놓고 정부·지자체간 갈등 이유가
입력 2019-04-07 11:01  | 수정 2019-04-08 17:32
[자료: 국토교통부]

"집값이 올랐으니 공시가격이 오르는 게 당연하다", "근로소득 없고 집 한 채 있는 실수요자들에겐 징벌적 과세다", "공시가격 산정 기준이 모호해 고무줄 잣대, 누구탓?"
정부가 공시가격의 시세 대비 현실화율을 높이겠다며 공시예정가격을 올린 후 주택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주택 보유자들은 급등한 공시가격으로 인해 각종 세금부담이 높아져 불만인 반면, 일각에서는 시세 상승으로 인한 당연한 논리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공시가격 상승기준이 모호하다며 정부와 각을 세운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와 올 봄 주택시장은 어느 때보다 소란스러울 전망이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해 갑자기 높아진 세금 부담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인상률이 들쭉날쭉 고르지 못하고 정부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공시제도의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이와 관련해 공시가격의 결정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책 방향을 정리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 공시가격이 뭐길래…
매년 발표되는 주택·토지 공시가격은 관련 법률에 따라 조세, 개발부담금, 복지 등 60여개의 다양한 행정목적에 활용된다. 이로 인해 주택 보유자들은 가격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처럼 공시가격이 급등할 경우 재산세가 오를 가능성이 높고, 처음으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대상자가 되기도 한다.
1989년 토지의 가격을 정하는 공시지가 제도가 도입됐고 2005년에는 주택에 대한 가격공시 제도가 시작됐다. 종부세의 과세대상은 인(人)별로 소유한 과세대상별 전국합산 공시가격이 주택은 6억원(1세대 1주택자 9억원), 나대지 등 종합합산토지는 5억원, 일반건축물의 부속토지 등 별도합산토지는 8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 과세된다. 또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 국가장학금, 기초연금 등의 소득 산정 자료로도 활용돼 가계의 고정비용이 증가할 수 도 있다.
[자료: 국토교통부]
다만 주택과 토지의 공시일자는 조금씩 다르다. 공동주택과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은 매년 1월 1일 현재의 가격을 조사해 4월 30일까지 결정·공시한다. 개별공시지가는 토지소재지 관할 시·군·구에서 매년 1월 1일 현재의 가격을 조사해 5월 31일까지 공시한다.
앞서 발표되는 표준단독주택 공시 가격은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올해는 1월 25일 공시했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가 전국 단독(다가구)주택 중 대표성이 있는 약 20만 가구를 뽑아 평가한 가격이며 개별 주택 가격 산정 기준이 된다.
◆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 얼마나 올랐나
아파트 거주 인구가 많다 보니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후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공시가격이 전년보다 40% 가량 오른 지역들의 반발이 크다. 실제 올 들어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아파트 중 일부는 개인이 아닌 단체명의로 이의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또 온라인 지역 카페 또는 아파트 카페에도 이의신청을 독려하는 글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 3월 14일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변동률은 지난해 5.02%보다 약 0.3%p 상승한 5.32%다. 서울(14.17%), 광주(9.77%), 대구(6.57%) 3개 시도의 상승률이 전국 평균(5.32%)보다 높은데 비해 경기(4.74%), 대전(4.57%), 전남(4.44%), 세종(3.04%) 4개 시·도의 상승률은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자료: 국토교통부]
경기도에선 지역별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을 놓고 볼 때 경기 과천시는 23.41%, 성남 분당구는 17.84% 올랐으며, 추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경기 용인 기흥·수지구의 아파트 공시가격도 단지에 따라 40% 상승한 곳이 나왔다.
공시가격 인상을 반기는 이들도 있다. 부담금과 토지보상을 앞둔 주택, 토지 소유자들이 그들이다.
예를 들어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은 준공 시점의 새 아파트 가격(조합원 분양가+일반 분양가+소형 임대주택 가격)에서 추진위 승인 당시 공시가격 및 개발비용,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주변 시세 상승분) 등을 뺀 금액으로 산정된다. 따라서 아파트 공시가격이 올라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에 따른 부담금을 줄일 수 있다.
또 신도시, 택지개발지구 개발 등으로 토지수용 및 토지보상이 이뤄지는 곳도 공시가격 상승을 바란다. 토지보상금은 지구지정시기를 고려해 공시지가에 비율을 곱해 산출되기 때문이다.

◆ 공시가격 제도개편 로드맵 필요
토지와 단독주택은 표준지와 표준단독주택을 뽑아 먼저 가격을 산정하고 나머지 개별지와 개별주택은 표준을 참고삼아 가격을 정하게 된다. 아파트는 표준을 따로 만들지 않고 일괄 산정한다.
하지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비해 단독주택이나 토지는 거래가 활발하지 못해 시세 수준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공시가격을 시세에 제대로 맞추지 못하게 됐다. 이에 지난해 기준으로 단독주택의 현실화율은 51.8%, 토지는 62.6%, 공동주택은 68.1% 등으로 유형별로 벌어졌다.
특히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고가 단독주택의 경우 시세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땅과 건물을 합산한 가격인 공시가격이 땅만 산정한 공시지가보다 낮게 책정돼 건물값이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단독주택과 토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면서 그중에서도 단독주택은 시세 15억원, 토지는 2000만원/㎡, 공동주택은 12억원이 넘는 고가 부동산을 정조준해 공시가를 대폭 올렸다. 세부담이 커지게 된 고가 부동산 소유자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한 동네에서도 상승률이 고르지 못하게 나온 지역에서는 가격 산정의 근거가 뭐냐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최근에는 한국감정원이 산정한 표준단독주택 공시가에 비해 지방자치단체가 표준단독을 근거로 정한 개별단독 공시가가 대체로 낮게 나오면서 국토부가 지자체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일선 지자체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일관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들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등 정책을 납득하려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야 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 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거나 공시가격 결정 시스템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가격의 균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의 공적기관에서 과세평가를 전담하고 있다”며 공시가격 조사의 주체를 통일하고 중앙정부 주도의 단일기준 가격조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지자체가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주민 투표로 선발되는 민선 지자체장 체제에서는 지자체 주도의 부동산 가격 조사는 지역별 가격불균형 문제를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조성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