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70억 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데다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잃은 상황에서 아들인 조원태 사장마저 검찰 조사를 받게 돼 결과가 주목된다.
4일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은 지난 3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받는 대한항공 조원태 사장과 우기홍 부사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 고용노동부는 조 사장을 지난 2월, 우 부사장을 지난 1월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법리 검토를 거쳐 송치했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이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김성주)에서 다뤄진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대한항공 근로감독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연차수당 244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생리휴가 3000건을 부여하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조 사장과 우 부사장을 지난해 9월 형사입건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15년 직원 6098명에게 연차수당 91억원을, 2016년 직원 9966명에게 153억원을 각각 주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53조 위반)를 받는다. 다만 대한항공 측은 그동안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경우 다음 해로 이월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2015년에 발생한 연차휴가를 2016~2017년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며 "휴가사용권이 소멸하지 않아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대한항공은 직원 3000명에게 생리휴가를 부여하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2017년에는 직원 1861명이, 2018년에는 1139명이 각각 생리휴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항공 측은 항공업의 특성상 휴가신청자가 원하는 시기에 근로자에게 휴가를 줄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제 73조에는 생리휴가의 경우 사용자의 시기변경권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한편 조양호 회장은 270억원 규모의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오는 8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일)는 조 회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사기,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여기에 더해 검찰은 조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를 추가로 살펴보는 상황이다. 국세청이 지난해 11월 조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국세청은 조 회장이 배임 행위를 저지르면서 회사에 끼친 손해만큼 본인은 이득을 얻었는데 이와 관련한 세금을 신고·납부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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