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표준주택이 무슨 '봉'입니까. 원치도 않는데 마음대로 선정해 놓고 다른 주택보다 공시가격을 5~7%씩 더 올렸다는 게 말이 됩니까. 우리집을 표준주택에서 당장 빼주세요."(서울 강남 서초 단독주택 보유자 S씨)
#2. "과천시 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와 공동 대응해 기자회견 및 성명서 발표, 필요시 집회도 계획 중입니다. 올해 15~20% 오른 공시가격을 통보받았는데 지난주부터 주민들에게 공시가격 의견 제출을 독려하고 있습니다."(과천 중앙동 한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
'조세정의'를 실천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정부가 추진했던 공시가격 현실화가 곳곳에서 벌집 같은 아우성을 낳고 있다.
서울에선 들쭉날쭉 공시가격으로 인해 인근 단지와의 형평성 문제가 속출한다. 일부 지방에선 집값 하락에 시세가 공시가에 역전당하는 바람에 원망이 커지고 있다. 선거로 선출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주민의 호소와 원성을 견디다 못해 공시가 상승률을 정부 가이드라인보다 낮추는 것은 현장에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지자체에 대해 급기야 국토교통부가 재검증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은 과속이란 표현이 맞는다"며 "현 정부 국정운영 3원칙으로 내세웠던 '균등' '공정' '정의' 원칙마저 크게 훼손된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미 열람까지 시작한 가격을 정부가 고치려 들면 사태는 점점 더 꼬여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정부 출범 때 국민에게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공시가의 과격한 인상 과정을 보면 이런 원칙들은 전부 무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매일경제신문사가 표준주택 소유주들과 통화한 결과 이들은 한결같이 "정부 규제만 먼저 당하고 세금폭탄만 맞게 돼 '역차별'당하고 있다"며 "표준주택에서 빼 달라고 감정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국의 단독주택 가격 공시는 표준단독주택 22만가구를 뽑아 전문기관인 감정원이 공시가격을 매기게 하고, 이후 총 418만가구에 이르는 전국의 개별 주택은 지자체가 표준단독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해 산정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표준단독주택 소유자들이 '부글부글'하는 것은 표준주택과 바로 인근 개별 주택 간 상승률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지는 곳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개별 주택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4억9100만원에서 올해 6억4800만원으로 32%가량 상승했다. 옆에 있는 표준주택의 공시가격이 지난해 6억7800만원에서 올해 10억800만원으로 59.3% 오른 것에 비해 상승률이 절반 가까이 낮은 것이다.
서울 역삼동의 표준주택 소유주 A씨는 "정부가 '본보기'로 매긴 표준주택은 상승률이 30~40% 달하는데 인근에 지자체가 매긴 단독주택 공시가가 20~30% 올랐다면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공동주택도 엉망이다. 실제로 서울 신반포8차 전용 52㎡와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의 현실화율은 각각 63%와 75.6%로 나타났다. 똑같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인데도 차이가 12%포인트 이상 난 것이다.
조세 공정성에서도 상처가 커지고 있다. '투명성'이 훼손당했기 때문이다. 표준단독주택과 공동주택에 적용되는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산정 과정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빗발쳤다. 심지어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가는 와중에도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숨기고 있다. 현실화율을 언제까지, 얼마나 끌어올릴지도 알 수 없다. 국토부는 "목표치를 밝히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크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문제는 조세 정당성 훼손이다. 조세법률주의가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이다. 헌법에서는 '조세의 부과·징수는 반드시 국회에서 제정하는 법률에 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세금을 자의적으로 휘두르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정부는 국회의 통과 절차를 거쳐야 하는 세율은 논란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조정하는 데 그쳤고 공시가격을 세금 인상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세와 관련된 사안은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그 책임을 행정부가 모두 지는 것은 과거 역사를 돌이켜봐도 위험한 일"이라며 "정치권이나 정부가 정면승부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과세 조정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집값을 겨냥한 급격한 공시가 현실화에 지방 거주자들이 애꿎은 피해와 박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경북 구미에 살고 있다는 홍 모씨(72)는 "건평 240평의 원룸 다세대를 갖고 있는데 주변 공단에서 기업들이 모두 떠나면서 월세도 안 나가는데 공시가격이 시세를 역전해 더 높아졌다"며 "서울 공시가격 인상 뉴스가 나올 때마다 박탈감만 커지고 덩달아 공시가는 올라 피해 보는 것 같아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 "과천시 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와 공동 대응해 기자회견 및 성명서 발표, 필요시 집회도 계획 중입니다. 올해 15~20% 오른 공시가격을 통보받았는데 지난주부터 주민들에게 공시가격 의견 제출을 독려하고 있습니다."(과천 중앙동 한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
'조세정의'를 실천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정부가 추진했던 공시가격 현실화가 곳곳에서 벌집 같은 아우성을 낳고 있다.
서울에선 들쭉날쭉 공시가격으로 인해 인근 단지와의 형평성 문제가 속출한다. 일부 지방에선 집값 하락에 시세가 공시가에 역전당하는 바람에 원망이 커지고 있다. 선거로 선출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주민의 호소와 원성을 견디다 못해 공시가 상승률을 정부 가이드라인보다 낮추는 것은 현장에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지자체에 대해 급기야 국토교통부가 재검증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은 과속이란 표현이 맞는다"며 "현 정부 국정운영 3원칙으로 내세웠던 '균등' '공정' '정의' 원칙마저 크게 훼손된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미 열람까지 시작한 가격을 정부가 고치려 들면 사태는 점점 더 꼬여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정부 출범 때 국민에게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공시가의 과격한 인상 과정을 보면 이런 원칙들은 전부 무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매일경제신문사가 표준주택 소유주들과 통화한 결과 이들은 한결같이 "정부 규제만 먼저 당하고 세금폭탄만 맞게 돼 '역차별'당하고 있다"며 "표준주택에서 빼 달라고 감정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표준단독주택 소유자들이 '부글부글'하는 것은 표준주택과 바로 인근 개별 주택 간 상승률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지는 곳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개별 주택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4억9100만원에서 올해 6억4800만원으로 32%가량 상승했다. 옆에 있는 표준주택의 공시가격이 지난해 6억7800만원에서 올해 10억800만원으로 59.3% 오른 것에 비해 상승률이 절반 가까이 낮은 것이다.
서울 역삼동의 표준주택 소유주 A씨는 "정부가 '본보기'로 매긴 표준주택은 상승률이 30~40% 달하는데 인근에 지자체가 매긴 단독주택 공시가가 20~30% 올랐다면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공동주택도 엉망이다. 실제로 서울 신반포8차 전용 52㎡와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의 현실화율은 각각 63%와 75.6%로 나타났다. 똑같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인데도 차이가 12%포인트 이상 난 것이다.
조세 공정성에서도 상처가 커지고 있다. '투명성'이 훼손당했기 때문이다. 표준단독주택과 공동주택에 적용되는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산정 과정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빗발쳤다. 심지어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가는 와중에도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숨기고 있다. 현실화율을 언제까지, 얼마나 끌어올릴지도 알 수 없다. 국토부는 "목표치를 밝히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크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문제는 조세 정당성 훼손이다. 조세법률주의가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이다. 헌법에서는 '조세의 부과·징수는 반드시 국회에서 제정하는 법률에 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세금을 자의적으로 휘두르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정부는 국회의 통과 절차를 거쳐야 하는 세율은 논란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조정하는 데 그쳤고 공시가격을 세금 인상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세와 관련된 사안은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그 책임을 행정부가 모두 지는 것은 과거 역사를 돌이켜봐도 위험한 일"이라며 "정치권이나 정부가 정면승부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과세 조정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집값을 겨냥한 급격한 공시가 현실화에 지방 거주자들이 애꿎은 피해와 박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경북 구미에 살고 있다는 홍 모씨(72)는 "건평 240평의 원룸 다세대를 갖고 있는데 주변 공단에서 기업들이 모두 떠나면서 월세도 안 나가는데 공시가격이 시세를 역전해 더 높아졌다"며 "서울 공시가격 인상 뉴스가 나올 때마다 박탈감만 커지고 덩달아 공시가는 올라 피해 보는 것 같아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