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옵션 쇼크` 사태 외국인 주범 9년만에 검거

2010년 11월 시세조종으로 코스피를 폭락시킨 이른바 '도이치 옵션 쇼크' 사태의 주범이 사건 9년 만에 인도네시아 공항에서 붙잡혔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오현철)는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당시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차익거래팀장인 영국인 데릭 옹(45)을 검거했다고 2일 밝혔다.
도이치 옵션 쇼크 사태는 2010년 11월 11일 도이치증권이 주식 시장 마감 10분 전에 2조 4400억 가량의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 코스피를 폭락시킨 사건을 일컫는다. 10분 사이 코스피가 50포인트나 급락해 당시 국내 투자자들은 수천억원 대의 손실을 봤다. 반면 주가가 떨어지면 이득을 보는 풋옵션 상품을 갖고 있던 도이치증권 측은 448억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
당시 검찰은 도이치뱅크 홍콩법인이 한국도이치증권을 창구로 시세조종에 나섰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한국도이치증권 주식파생상품 담당 상무 박 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주범 격이던 옹 등 도이치증권 홍콩법인의 외국인 직원들은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걸어둔 상태였다.

옹은 지난 1일 인도네시아 공항에 입국을 시도하다 적색 수배가 걸려 있는 것을 본 현지 수사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검찰은 인도네시아로부터 검거 통보를 받은 즉시 옹에 대한 '긴급 인도 구속'을 청구했다. 검찰은 24시간 안에 정식으로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인도네시아 현지에선 옹을 한국으로 보낼지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이 열리게 됐다. 향후 옹이 국내로 인도돼 한국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은 2011년 8월 옹 등 외국인 3명과 박씨 및 법인을 기소했지만 외국인 피고인 3명은 수사·재판에 모두 불응해 재판은 두 건으로 분리됐다. 박씨와 법인의 재판은 기소 후 4년 넘게 미뤄지다가 2016년 1월 1심 판단이 나왔고 지난해 12월 항소심 선고가 내려졌다. 그러나 옹 등 외국인 피고인들의 재판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이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