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종 장기·세포 이식 연구가 대기 환자에 시간 벌어줄 것"
입력 2019-04-02 14:24 
강정택 엠젠플러스 연구소장. [사진 = 한경우 기자]

올해 기준 한국의 장기이식 대기자는 3만1764명에 이르지만, 작년 기증현황은 2374건에 불과하다. 늦지 않게 장기를 이식받을 확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이에 동물 장기를 이식하는 방안이 시도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안전성 문제로 연구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기 쉬운 이종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국내 산업계에서 가장 먼저 이종세포치료제 개발에 나선 엠젠플러스의 강정택 연구소장은 "이종 장기나 세포를 활용하려면 면역거부 반응을 억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동물의 장기나 세포를 사람의 몸에 넣으면 초급성, 급성, 혈관매개성, 만성 등 4단계에 걸친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난다. 강 소장은 "몇 개월에 걸쳐 나타나는 혈관매개성과 만성 면역 거부 반응은 면역억제제를 활용해 해결할 수 있기에 이식 후 몇 분에서 며칠 사이에 나타나는 초급성과 급성 면역 거부 반응을 피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세포를 활용한 치료제의 초급성·급성 면역 거부 반응을 피하기 위해 면역세포가 이종세포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우선 면역세포가 항원으로 인식하는 세포 표면의 인자들을 제거해 초급성 면역 거부 반응을, 제거한 인자의 자리에 사람 세포와 비슷한 모양으로 인자를 심어 급성 면역 거부 반응을 각각 피할 수 있다. 면역세포가 항원으로 인식하는 돼지 췌도 표면의 인자를 제거하고, 사람의 인자와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활용된다.
현재 돼지의 췌장세포(췌도)를 사람에게 투약해 선천적으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제1형당뇨병 치료제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뉴질랜드 회사는 이종세포를 캡슐로 둘러싸 면역세포가 이종세포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엠젠플러스 역시 돼지 췌도를 활용한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강 소장은 "국내 병원에서 사람 췌도를 이식받은 환자가 장기간 정상 생활을 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면역 거부 반응을 피할 수 있다면 돼지 췌도로 제1형당뇨병을 완벽에 가깝게 치료하는 게 가능하다는 말이다.
세계적으로는 돼지 췌도를 활용한 당뇨병 세포치료제 개발의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돼지 췌도에서 건강한 사람의 췌장이 분비하는 인슐린과 같은 것이 분비되도록 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개발했다. 강 소장은 "면역 거부 반응에 대한 위험성이 극복되면 다음에는 기능성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엠젠플러스는 작년 9월 원숭이를 대상으로 돼지 췌도를 활용한 당뇨병 치료제 개발의 전임상을 시작했다. 전임상을 마친 뒤에는 관련 규제가 느슨한 베트남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할 계획이다. 현재 하노이대 의대와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몇 년 동안 계류돼 있던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임상 추진도 기대되고 있다.
강 소장은 이종 세포 치료제가 개발된 뒤에는 이종 장기 이식의 길도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돼지의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해 4년째 생존시키고 있는 연구 사례가 있다"며 "사람에 대한 이종 장기 이식으로 1~2년의 생존 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에게 장기를 기증해줄 뇌사자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가교요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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