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통장 잔액 없어도 신용카드로 축의금 보낸다
입력 2019-04-01 17:49  | 수정 2019-04-01 19:45
# 2020년 봄, 직장인 A씨는 토요일 오후 직장 동료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오늘이 직장 후배 B씨의 결혼식이란 사실을 깜빡했기 때문이다. 황급히 동료에게 축의금 전달을 부탁한 뒤 모바일뱅킹으로 계좌에 접속했더니 하필 축의금으로 보낼 현금 잔액이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떴다. 하지만 당황할 필요가 없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현금 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송금받을 동료 이름과 금액 등을 입력하면 내 통장에 잔액이 없어도 신용카드회사가 대신 현금을 보내준다. 그리고 신용카드를 이용해 물건을 구매한 경우와 똑같이 다음번 카드명세서에 해당 금액이 청구된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여러 가지 규제에 묶여 시행할 수 없었던 금융 서비스들을 마음껏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금융혁신 샌드박스' 참여 기업 선정 작업이 시작됐다. 금융위원회는 1일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신용카드 기반 송금 서비스 등 총 19개 서비스를 우선심사 대상으로 발표했다.
심사위는 이들 19개 서비스에 대한 심사를 이달 중 마치고 86개 일반심사 대상 서비스는 5~6월 중 심사할 방침이다.
위원회가 심사 과정을 통해 선정한 서비스는 금융위 의결을 거친 뒤 현행 법규와 규제 등에 구애받지 않고 시범 테스트를 실시할 수 있게 된다. 테스트 시작 시기는 업체들 준비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이르면 이달 말에도 가능하다는 것이 금융위 예상이다.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을 통한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를 테스트하겠다고 신청했다. KB국민은행은 고령층이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복잡한 공인인증서 설치 절차와 보안인증 과정 때문인 것으로 파악했다. KB국민은행은 통신을 위한 유심칩에 자체 인증기술을 설치해 공인인증서와 앱 등을 설치할 필요 없이 전화만 켜면 곧장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러한 유심칩을 이용한 알뜰폰도 KB국민은행이 직접 판매한다. 현 규제대로라면 은행이 알뜰폰 판매 등 통신망사업을 영위할 수 없지만 규제샌드박스 내에서라면 실현 가능하다.
카사코리아가 신청한 '디지털 부동산 수익증권 유통 플랫폼'은 부동산 신탁회사가 다수의 개인에게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수익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모집하고 부동산 운용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나눠주는 서비스다. 부동산 신탁계약에 의한 수익증권 발행이 허용되지 않아 부동산펀드나 리츠상품 등 거액 자산가를 위한 부동산 투자상품만 출시되고 있는 현 상황을 획기적으로 바꿔줄 서비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한카드가 개발한 '신용카드 기반 송금 서비스'는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현금을 송금해주고 싶지만 돈이 없을 때 신용카드사가 대신 현금을 보내주는 서비스다. 이자를 받는 카드론과 달리 일반 상점에서 신용구매를 할 때와 똑같이 일정 수수료만 내면 카드사가 현금을 먼저 보내주고 추후 대금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물론 19개 우선심사 대상 서비스와 86개 일반심사 대상 서비스, 그리고 차후에 추가로 신청하는 서비스 등이 모두 상용화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테스트 기간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카드 기반 송금 서비스는 자칫 불법행위인 '카드깡' 등에 악용될 우려가 있어 법률과 규제를 통해 막아놓았던 것"이라며 "테스트 기간을 통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있는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은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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