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치매보험 이어 암보험도 `출혈경쟁`…소비자에게도 毒될 수도
입력 2019-04-01 16:39  | 수정 2019-04-02 08:30

#40대 직장인 A씨는 기존 암보험을 갱신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 중이다. 보험은 해약하지 않고, 오래 유지해야 하는 게 기본인데, 이번에 "갈아 타야한다"는 설계사의 제안이 귀에 쏙 박힌다. 전이가능성이 거의 적고, 간단한 시술로도 완치되는 갑상선암, 기타 피부암 등 유사암에 진단비가 3000만원까지 보장하는 암보험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치매보험에 이어 암보험 시장도 출혈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유사암 진단비가 3000만원에 달하는가 하면 대형 손해보험사인 A보험사에서는 연 500%이상 수익보장으로 작성계약 유도까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이 보험에 가입하는 게 이득일 수 있으나 과거처럼 손해율 급등에 따른 암보험 상품 판매중단 사태나 보험료 인상 폭탄 등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300만~1000만원 불과했던 유사암 진단금이 올해 2월부터 2000만~3000만원 보장금액을 확 높이고 있다.

실례로 DB손해보험은 최근 유사암 진단비를 최대 5000만원까지 한시적으로 지급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이는 일반암(2000만~3000만원) 진단비 보다 높게 책정한 것으로 파격 그 자체다.
또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도 유사암 진단비를 최대 3000만원까지 지급하는 상품들을 출시했다. 더욱이 일부 보험사는 30세 이하자에 대해 유사암 진단비를 최대 5000만원까지 높이기도 했다.
유사암은 갑상선암·기타 피부암·경계성종양·제자리암 등으로 발병률이 높지만 치료비는 적게 든다. 그간 보험사들은 유사암 진단비는 일반암의 10~20%만 보장해 왔다. 일반암인 위암으로 진단 받을 시 3000만원을 지급했다면 유사암인 갑상선암의 경우엔 300만원만 지급해 왔던 것이다.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앞서 삼성생명이 '미니암보험' 무료가입자 방문서비스를 내놓으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부터 삼성카드를 시작으로 티몬, OK캐쉬백, CJ ONE, 시럽웰스 등 온라인업체와 제휴를 맺고 미니암보험을 출시했다. 제휴업체가 회원을 대상으로 보험을 무료로 가입시켜 주면, 삼성생명은 제휴업체에 광고비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보험권 일각에서는 과도하다는 지적을 제기했지만 삼성생명측은 제휴사가 보험료를 100% 납입해 주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복수의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사암보험 진단금 출혈경쟁이 향후 보험사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으면서도 GA의 성장, 암보험 시장 판촉경쟁 등으로 무분별하게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보험사들이 스스로 자제하지 않을 경우 이 시장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암보험 손해율이 급등하면서 판매가 중단돼 소비자 피해가 컸던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수지상등이라는 보험원리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에게 '초과이익'을 얻을 수 있는 보험상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보험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치매보험 과열경쟁이 도를 넘어서자, 보험금 한도 인하 등의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암보험에 대해서는 보험사기나 보험금 지급 관련 분쟁소지가 적어 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보험상품감리국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이 유사암 진단금을 많이 올린 것은 맞지만 치매보험과 달리 보험사기에 대한 위험과 보험금 지급 등에 대한 분쟁소지가 적은 편"이라면서 "현 시점에서는 보험사들의 상품 자율성을 존중,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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