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회계위반 규모가 50억원 이상이면 앞으로 회사 규모 등에 관계없이 과징금, 감사인 지정, 임원 해임 권고 등의 제재를 받는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1일 새 외부감사법과 관련 규정 개정에 대한 후속 조치로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을 발표했다. 신외감법 도입 후 회계감리 운영과정에서 제기된 개정 필요사항 등이 반영된 이번 시행세칙은 이날부터 적용된다.
금감원은 고의 회계위반과 관련해 "위반내용이 비자금 조성, 횡령·배임, 자금세탁 등과 관련되거나 위반사항 수정시 상장진입요건 미달·상장퇴출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고의 회계위반의 경우 위반금액이 50억원 이상이라면 모든 회사에 대해 과징금, 증권발행제한, 감사인 지정, 임원해임 권고, 직무정지 6개월, 검찰 통보 등의 제재를 할 수 있게 됐다.
회사 및 감사인의 고의성 판단 범위도 확대됐다.
현행대로라면 회사의 경우 ▲회계정보 은폐·조작 ▲임직원의 횡령·배임 ▲상장진입요건 미달·상장퇴출요건 관련 ▲기타 미필적 고의 등과 관련된 부분이 고의 회계위반으로 판단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회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불공정행위가 관련된 경우'가 추가됐다. 감사인에 대해서는 기존 항목에 '위법행위가 감사인 등의 이익에 직접적·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추가됐다.
고의적이고 중대한 회계위반에 대한 해임(면직) 권고대상도 '대표이사 또는 담당임원'에서 '대표이사와 담당임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고의II단계'부터 적용된다.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표이사나 임원에 대한 해임(면직) 권고 시 6개월 이내의 직무정지 제재도 함께 적용할 수 있게 됐다. 금감원은 "임원 해임(면직) 제재가 장기간 미이행되는 경우 제재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인회계사의 직무정지건의 조치·감사업무제한 범위도 강화됐다. 직무정지건의 조치는 기존 3월~2년에서 6월~2년으로 늘어나고, '직무일부정지 6월'이 추가됐다. 감사업무제한 범위의 경우 기존 주권상장회사와 지정회사에 대형비상장주식회사가 추가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형비상장사는 2454개사가 추가된다.
이같은 제재 강화와 함게 금감원은 회계위반 사항이 고의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과실'로 판단하기로 했다. 다만 직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회계정보 이용자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조건을 충족시키면 중과실로 판단된다.
금감원은 "과실에 대해서는 수정권고를 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면 금감원장의 조치(경고·주의)로 제재가 종결된다"며 "그러나 수정권고를 이행하지 않아 감리를 받거나 심사결과 위법행위가 반복돼 감리를 착수하는 경우에는 과실도 현행과 동일하게 제재한다"고 밝혔다.
회계법인의 독립성 의무 및 감사조서 보존 등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기준도 신설됐다. 회계법인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회사에 대한 감사가 금지되고, 동일 이사의 연속감사도금지된다.
또 금감원은 회계처리 기준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신속한 정정을 유도하기 위해 회사가 위반 사항을 일정 기한(10영업일 등) 안에 수정 공시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외감규정시행세칙 개정내용 등을 기업 및 감사인에게 상장협, 공인회계사회 등을 통하여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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