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공매도 비중 30%대로 급증…KT에 무슨 일이?
입력 2019-03-31 18:03  | 수정 2019-03-31 20:09
KT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돌면서 공매도 비중이 사흘 만에 1%에서 32%까지 치솟았다. KT가 MSCI 편입 종목에서 빠지면 1900억원 이상 외국인 매도가 예상되는데, 이에 대비해 기관들이 주식을 미리 팔아치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KT 주식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이 단기간에 급증했다. 지난 22일 0.03%였던 전체 거래량 대비 공매도 거래 비중은 25일 15%, 26일 22.6%, 27일 32.5%까지 늘어났으며, 28일과 29일 각각 22.4%, 26.6%를 기록했다. 27일 공매도 비중(32.5%)은 전체 상장사 중 1위였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KT와 같이 변동성이 낮은 종목 공매도가 1위를 기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KT 공매도 비중 32.5%는 데이터 집계가 가능한 2009년 이후 해당 종목의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주가가 10% 떨어져 사상 최저치인 2만6000원대에 접근했지만 기관 매도세는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 기관은 지난주(3월 25~28일)에 32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올해 전체 순매도 규모는 1521억원이다. 기관들은 3월 들어 3거래일을 제외하고 17일간 KT 주식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올해 145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MSCI가 '외국인이 매매할 수 없는 종목은 지수에 편입하지 않는다'는 조항에 따라 일부 종목 편출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결과가 이르면 오는 5월 발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많은 기관이 KT가 지수에서 빠지거나 편입 비중이 축소될 것을 대비해 주식을 선제적으로 팔아치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KT는 2016년 말부터 외국인 소진율이 100%를 유지하고 있어 더 이상 외국인 매수가 안 된다. 국가 기간산업인 KT는 전체 주식에서 외국인 보유 한도가 49%다.
그럼에도 KT가 그동안 MSCI지수에 포함된 것은 해외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하면서 '우회 투자가 되면 예외가 인정된다'는 조항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MSCI가 지난 1월 이 조항의 삭제를 검토한다고 발표해 KT가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주식운용팀 부장은 "한국 주식과 해외에서 거래되는 DR 간 가격 차이가 발생하면서 지수에서 왜곡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MSCI가 이런 에러를 감수하며 KT를 지수에 유지할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한 연구원은 "KT가 제외되면 최대 1900억원 규모 매도가 나올 수 있다"고 관측했다. MSCI한국지수 편입에 따른 KT의 MSCI신흥국지수 편입 비중은 0.0169%인데, 이 지수를 추종하는 1조달러(약 1135조원) 자금에서 0.0169% 비중은 1918억원이기 때문이다. KT 시가총액인 7조1545억원에서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단기적 주가에는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들은 KT에 대해 매수를 추천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월에 나온 KT 증권사 리포트 7건 모두가 KT에 대한 '매수' 의견을 내놨다.
한편 LG유플러스 또한 2017년 외국인 지분율 한도 초과로 MSCI한국지수에서 제외됐다가 지난해 8월 지분율 변화로 재편입된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발행한 DR가 없다.
[박의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