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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정형석 “성우로 잘 나가는데 왜 단역배우 하냐고요?”
입력 2019-03-30 08:01 
정형석은 성우계에선 가장 핫한 스타지만, 스크린에선 편집당하기 일쑤인 단역 배우다.사진|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나는 자연인이다 내레이션으로 친숙한 정형석은 성우계에선 가장 핫한 스타지만, 스크린에선 편집당하기 일쑤인 단역 배우다.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는 대략 아홉 편, 지난해 영화 ‘인랑과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얼굴을 보였고, 올해는 ‘나를 찾아줘 ‘82년생 김지영 ‘퍼펙트맨 등 4편의 영화 개봉도 앞두고 있다.
영화 ‘인랑에선 뒷모습만 살짝 나와 찾기조차 어려웠지만, 언젠간 ‘사람 냄새 나는 역할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 40대 영화계 꿈나무다.
그래서 지금도 바쁜 시간을 쪼개어 오디션 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매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잘 살고 싶다”는 그는 도전하는 순간이 설레고 좋다”며 하반기 앨범 발표 계획도 공개했다.

Q. 목소리 하나로 스타덤에 오르셨는데, 언제부터 이 목소리였나요?
학창시절부터요. 상명대에서 대신고등학교까지 2시간 정도 되는 거리를 왔다갔다 하면서 노래 부르고 음악 듣는 게 취미였어요. 이 목소리는 변성기 지나고 나서 중 2때부터 목소립니다. 저는 원컬러예요. 여러 가지 형용사에 느낌을 바꿔 낼 수 있지만, 목소리의 컬러를 바꿔 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Q. 그래도 외화나 애니메이션 ‘더빙을 할 땐 목소리를 바꿀 수 있지 않나요?
할 수는 있죠. 성우니까요. 근데, 제가 가는 길이 그쪽 길과는 조금... 원래 한 분야로 굳어지게 되면 다른 분야는 잘할 수가 없어요. 그쪽은 저보다 또 뛰어난 분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고 봐요.
그의 아내 박지윤씨는 ‘겨울왕국의 안나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사진|유용석 기자
Q. 오늘 보니 달변이세요.
제가요? 라디오를 해서 그런가 봐요. 하하.
Q. 말을 잘해서 라디오 DJ로 캐스팅된 게 아닐까요.
‘다큐멘터리 3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이란 방송을 한 적이 있는데… 그렇게 잊혀져가는 아련한 것들에 저를 많이 부르세요. 그걸 듣고 EBS FM ‘책처럼 음악처럼 PD님이 ‘어, 이 목소리, 이 사람이랑 DJ 프로 하고 싶다 막연하게 생각했다더군요. 이후 2년간 했어요. 제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건 성우 분야밖에 없지만. 배우도 해봤고 예능도 해봤지만 DJ가 참 따뜻하고 소통하는 순간 자아성찰도 되는 것 같고. 제 자신도 힐링이 됩니다. 지금 또 도모하고 있어요.
Q. 지상파 라디오에선 러브콜이 없나요?
패널은 하고 있어요. 라디오는 여러 박자가 맞아야 해요. DJ, PD, 조연출, 음악감독, 작가... 같이 하고자 하는 방향성이나 좋아하는 음악들,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처럼 음악처럼 스태프들은 그런 것들이 너무나도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고요하고 조용하면서 정서로 다가가는 그런 프로들이 좋아요.
Q. 앨범 준비도 하고 계신다고요?
네, EBS 라디오(‘책처럼 음악처럼) DJ 하면서 인연을 맺은 남무성 작가와 함께 앨범을 내려고요. 노래는 제가 부르고, 남 작가님이 프로듀서로 참여해요. 피디님도 총괄적으로 도와주시고요. 듣기 어렵지 않은 재즈풍 곡들과 추억의 팝송, 스탠다드 팝 위주로 선곡 중에 있어요. 신곡도 몇 곡 수록할 거고요. 작가님이 알만한 작곡가들에게 곡을 의뢰한 상태라고 들었어요.
Q. 단순한 프로젝트성은 아닌 것 같은데요.
오래 전부터 염원해오던 일이라 할 수 있어요. 제 꿈이 원래 가수였거든요. 학창시절부터요. 성우나 배우 보다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먹고사는데 바빠 그 꿈을 묻어두고 있었달까요. 학교 다닐 때 쉬는 시간이나 소풍 가면 나가서 노래하곤 했었죠. 마침 너무 잘 통하는 좋은 분들과 얘기를 하다 뜻이 맞았어요. 제가 전문가수도 아니고 고음 처리나 가창력이 엄청난 사람은 아니지만,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 될 것 같아요. (나가고 싶은 무대를 물으니)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프로에 나갈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은데요. 토크 콘서트 같은 것도요.
Q. 노랫말도 직접 쓰셨나요?
노랫말을 직접 써보기도 하는데 어렵더라고요. 아내도 함께 긁적이고 있는데 앨범에 직접 사용될지는 모르겠어요.(웃음)
Q. 말투도 취향도 차분해보이는데,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술 안 먹고도 누구보다 잘 놀 수 있지만, 내성적인 면이 많아요. 그래서 낯가림이 심해요. 되게 친한 사람 외에는 많이 눈치를 보고 소심한 성격도 있는 것 같고.(웃음)
Q. 그럼 크게 화 낼 땐 없나요? 상상이 안 가서요.
왜요, 정의롭지 못할 때. 내 의견이 왜곡될 때, 협상이 잘 안될 때. 저는 제 후배들이 있잖아요. 누군가에겐 롤모델일 수 있잖아요. 그들에게 모범이 되는 답안을 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들에게 술 사주고 밥 사주는 것보다 그런 길을 제시해주는 게 제 역할인 것 같아요. 제가 예능을 하거나 방송을 하게 되면 단가 협상을 제 기준으로 세우는 거죠. 저는 매니저도 없고 제가 얘기하고 제가 협상하고 제가 돈을 받아요. 그래서 좀 세심하게 얘기하는 편이죠. 그런 와중에 벌어지는 일이 오죽 많겠습니까.
Q. 부부성우로 활동 중이에요.(아내 박지윤 씨는 ‘겨울왕국 안나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좋은 점이 95% 이상이에요. 서로 모든 걸 다 알고 다 오픈되고 일에 있어서 조언도 되고 상의도 되고 조력자도 됩니다. 내조외조가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얼마나 외조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조는 확실합니다. 와이프가 영민하고 똑똑해요. 심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돼요. 정서적으로나 일적으로 많은 것들을 얻어요. 그래서 감사하죠.
‘배우 정형석의 목표는 사람 냄새 나는 나만의 역할을 해보고 싶은 것”이란다. 사진|유용석 기자
Q. 성우계에선 가장 핫한 스타인데,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고 계세요. ‘인랑에도 출연하셨죠?
‘인랑은 저도 저를 못 찾았어요. 뒷모습만 살짝 나와서. 그래도 4시간인가 5시간인가 찍었어요. 김지운 감독님 정말 좋아하는데 다음 기회에 또 다른 작품에서 그래도 얼굴이 조금 나오는 역할로 만나 뵙고 싶어요(웃음).
Q. 이영애씨 스크린 컴백작인 ‘나를 찾아줘에도 출연했죠?
이 영화에선 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황사장이란 역할이에요. 이영애씨요? 봤죠. 메이크업 하면서도 봤고.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데 그룹 신에서 같이 나와요. 그리고, 조진웅 설경구 씨 주연의 ‘퍼펙트맨에도 나와요. 그랜저남으로요. 감독님이 편집 안한다고 하시니까 이번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데 대사가 약간 있어요. 얼마 전에는 ‘82년생 김지영도 찍었고요.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만 9편 정도 되네요.
Q. 편집 되면 속상하지 않나요?
금방 잊어요. 제작자와 투자자의 방향성이 있을 텐데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반감을 갖는 건 아닌 것 같아요.
Q. 오디션 볼 때 프로필에 성우라고 적지 않는다면서요?
처음엔 적었는데 언젠가부터 안 적었어요. 오디션은 보통 인물 조감독님이 보시는데 끝까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죠. 요즘엔 조금씩 알아보시기도 하고요. 의상도 거의 제가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를 누가 알겠어요. 많이 검증된 것도 아닌데.
Q. 그래도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면 반가워하시지 않나요?
좋아해주시는데 역할에 있어서는 모르겠어요. 조금 더 믿을 수 있는 배우로 올라가야 시너지가 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단역을 하게 되면 서포트를 해주고 툭툭 지나가야 하는 역할인데 소리 때문에 시선이 갈 수 있으니까요. 저만의 생각은…조금이라도 전사가 있는 캐릭터를 맡게 된다면 작품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부끄러운 생각을 감히 합니다.
Q. 배우로서 최종 목표는 뭔가요?
예전엔 청룡영화제 레드카펫 밟고 남우주연상 받고 싶단 생각도 했어요. 지금은 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저라는 사람 냄새 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단 생각을 해요. 그런 배역으로, 또 작품으로 남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 같은 역할도 좋고요. 군인 역할도 괜찮을 것 같고.
Q. 멜로는 아니네요?
그게 멜로일 수도 있겠죠. ‘첨밀밀이나 ‘러브레터 같은 작품을 되게 좋아해요. ‘러브레터에 유리공예 하는 사람.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그 사람은 사연이 있고 나는 지켜봐야만 하고 난 그렇게 잘나지 않았지만... 뭐 그런 역할일 수도 있겠죠. 오랫동안 사모하고 좋아했지만 인연이 그렇게 엇갈리는 ‘첨밀밀 같은 영화도요. ‘어바웃타임이나 과거를 소재로 하는, 독립투사 역할도 좋고요.
Q. 좋아하는 감독은 누군가요.
김원석 감독님이나 신원호 감독님을 좋아해요. 신원호 감독님의 그런 아련한 감성이나 음악이 너무 좋더라고요, 김원석 감독님은 어떻게 하든지 제대로 된 인물을 그려주시지 않을까 싶고요. 제가 이 시점에서 단역배우로서 드릴 말씀은 아닙니다만(웃음).
Q.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요?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일 수도 있고요. 또, 제가 좀 살아있는 느낌? 매 순간순간을 살고 싶거든요. ‘내 과거가 어땠고 내 미래가 어떨 것이다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존재하지 않나 싶어요. 도전하는 순간이 설레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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