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내 항균제품 사용이 초등학생 알레르기비염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의료원 의학연구소 환경건강연구실 연구팀(김정훈 박사, 김규상 실장)은 학부모 동의를 받은 서울시 초등학생 1학년 1,538명 중 생애 알레르기비염을 진단받지 않은 917명을 대상으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알레르기비염으로 진단받은 누적비율은 4명중 1명(25.6%)이었고, 특히 학생 중 남성은 부모가 알레르기질환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거나 학생이 천식 또는 아토피피부염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에 알레르기비염의 발생 비율이 높았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SCI급 국제학술지인 '소아 알레르기면역학(Pediatric Allergy and Immun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설문조사를 통해 추적 전 학생의 부모에게 가정 내 '항균'이라고 표시되어있는 제품 10종에 대해 '최근 1주일 동안 사용빈도'를 조사했고, 추적 후 초등학생의 알레르기비염 발생과의 관계를 평가했다. 항균제품은 10종 중 3종(항균 비누, 항균 손세정제, 항균 주방세제)이 알레르기비염의 발생과 관련이 있었다. 제품 3종을 점수화해 두개의 군으로 구분했을 때, 알레르기비염 발생 비율은 고사용 군(28.1%)이 저사용 군(22.7%)보다 5.4% 높은 경향을 보였다. 알레르기비염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보정하고 분석했을 때 항균 제품의 고사용 군이 저사용 군보다 알레르기비염의 발생 위험이 1.37배(95% 신뢰구간: 1.01-1.8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항균제품에 살균·보존제로 사용되는 트리클로산(triclosan)과 트리클로카반(triclocarban)이 알레르기비염 발생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연구에서 이 물질들은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거나(환경호르몬) 발생 및 생식 독성, 알레르기질환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4년 환경정의는 서울시 대형마트에서 '항균'을 강조한 19개 생활제품 중 7개 제품(37%)에서 트리클로산(triclosan) 또는 트리클로카반(triclocarban)이 검출됐다고 발표했으며, 7개 제품에는 세탁비누, 주방용 비누, 손 세정제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밖에도 7개 제품 중 3개 제품은 성분표기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료원 환경건강연구소 김규상 실장은 "가정 내 부모의 항균제품 사용이 초등학생 알레르기비염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중요한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고, 김정훈 박사(선임연구원)는 "트리클로산 등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항균제가 제품내 소량으로 있더라도 제품의 사용 개수나 사용 빈도에 따라 노출수준이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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