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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세 폐지 아닌 단계적 인하…시장반응 `시큰둥`
입력 2019-03-21 17:47  | 수정 2019-03-21 23:15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금융권 주요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앞줄 맨 왼쪽)을 비롯해 윤종규 KB금융 회장(셋째),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여섯째),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여덟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뒷줄 왼쪽 여섯째), 김도진 기업은행장(여덟째) 등 금융지주 회장들과 은행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재훈 기자]
◆ 혁신금융비전 / 증권 ◆
정부가 1979년 1월 4일부터 시행해온 증권거래세에 대해 40년 만에 인하 결정을 내렸다. 특히 정부는 거래세율을 단순히 올해만 0.05%포인트 인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대주주의 양도소득세 강화 과정에서 추가적인 인하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소액투자자에 해당되는 거래세 인하가 소폭에 그침에 따라 시장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1일 혁신금융 추진 방향과 관련해 "모험자본 공급 및 투자자금 회수 등 증권시장 기능 활성화를 위해 증권거래세 인하를 추진하고, 관련 연구용역, 태스크포스(TF) 논의 등을 거쳐 금융투자상품 간 손익통산·이월공제 및 장기투자 우대 방안 등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상반기 중 증권거래세 시행령을 개정하면 코스피 거래세율은 0.3%에서 0.25%(농특세 0.15% 유지, 거래세 0.15%→0.1%로 인하)로 낮아지고, 코스닥도 0.3%에서 0.25%로 줄어들게 된다. 기존 연간 세수가 8조4000억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와 코스닥 투자자는 한 해를 기준으로 약 1조4000억원의 세금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부는 상장주식시장인 코스피·코스닥·코넥스는 증권거래세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올 상반기 중 세율을 인하할 예정이며, 비상장주식은 증권거래세법 개정이 필요해 내년 4월부터 인하된 세율(0.45%)을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거래세 인하를 통해 투자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줄 경우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회수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세수 차원에서는 거래량 증가에 따른 세수 확대 효과로 기대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 코넥스시장과 유사한 영국 대체투자시장(AIM)은 2014년 거래세를 면제한 뒤 거래대금이 2배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의 자본 회수 기회는 많아지고 투자금이 다시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거래세 인하는 이번에 단발성으로 그치는 게 아니다. 정부가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통해 자본시장 세제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대안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박정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중장기적으로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세 간 역할 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손익통산·이월공제·장기투자 우대 방안 등 전반적인 금융세제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내년부터 거액 투자자의 경우 주식 거래분부터 국내 및 해외 주식 어느 하나에서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연간 단위 손익통산 과세가 시작된다. 코스피·코스닥을 기준으로 현재 한 종목에서 15억원어치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는 대주주로 분류돼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25%의 양도차익에 대한 고세율이 부과되고 있다. 이는 거래세와 함께 부과되면서 이중과세 논란에도 직면해 있다. 정부는 이들 투자자에 대해 향후 거래세를 순차 폐지하는 것을 고려하는 대신 양도세 강화를 장기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2020년 4월부터는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으로, 2021년 4월부터는 3억원으로 줄어들어 양도세 부과 대상자가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거래세는 차츰 줄여주고, 양도세를 부과하더라도 손실이 난 주식과 이익이 난 주식을 합산해 순수이익 부분에만 과세하는 식으로 세금 정책을 개편할 방침이다.

고액투자자는 세율 부담을 피해가기 위해 특정 종목에 '올인'성 투자를 하기보다는 다양한 혁신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또 단순히 주식뿐만 아니라 펀드, 파생상품 투자금액을 총합해서 손익통산 과세가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으며, 특정 연도에 전체 투자에서 손실을 봤다면 이듬해 수익이 있을 때 전년도분 손실액을 공제해 과세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보다 적은 규모의 투자자들은 장기투자 시에 세금을 더 아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정부는 1년 이상 장기투자자에 한해 매도 시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도 강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에 거래세율을 0.05%포인트 낮추는 데 대해 당장 시장에는 별 영향이 없다는 반응이다. 이날 증시에서 거래세 인하의 수혜를 받는 대형 증권사 주가가 보합권에 머문 것이 이를 방증한다.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에 소속된 장범식 숭실대 교수는 "0.05%포인트 인하만으론 거래 활성화에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거래세를 양도세로 통합하고 손익통산 과세를 허용하는 등 금융세제의 전면적인 개편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0.05%포인트 거래세 인하와 함께 손익통산과 손실이월공제에 대한 정책 방침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것은 그 자체로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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