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의 기습적인 생산 축소 소식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반등하면서 반도체 업종에 따뜻한 '봄'이 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론이 우량한 실적에도 공급량을 줄이겠다는 신호를 보내오면서 시장에선 '반도체 치킨게임'이 종료돼 실적이 살아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다.
반도체 업종 전문가 5명도 이번 마이크론의 감산 소식으로 인해 올 2분기가 국내 반도체 주식의 '바닥'이란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주의 주가 수준은 코스피 평균보다 많이 올라 섣부른 추격 매수는 위험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21일 매일경제신문이 증권가 반도체 업종 전문가 5명에게 긴급 설문을 한 결과, 이들 모두 올 2분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의견은 전날 전해진 마이크론의 감산 소식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20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최근 2분기(작년 12월~올해 2월) 매출액 58억4000만달러, 영업이익 19억6000만달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1%, 45% 감소한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33.5%이고, 주당순이익(EPS)은 1.71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매출 58억3000만달러)를 다소 웃도는 수준으로 반도체 업종에 대한 우려감이 과도했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이 업체는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에서 수급 불균형 해소와 재고 조절을 위해 D램과 낸드플래시를 각각 5%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1분기 105억달러에서 95억달러 규모로 하향했던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90억달러로 재차 축소했다. 작년 말 기준 글로벌 D램 점유율은 삼성전자(43.9%)와 SK하이닉스(29.5%)가 1, 2위다. 마이크론은 23.5%의 점유율로 3위다.
마이크론 감산 소식에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에 비해 각각 4.1%, 7.7% 올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마이크론의 영업이익률이 33.5%로 상당히 양호했는데도 불구하고 반도체 생산을 축소한다는 매우 이례적인 발표를 했고, 이것이 국내 반도체주의 주가 반등으로 이어졌다"며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더 이상 출혈경쟁을 하지 말자고 유화 제스처를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마이크론의 감산 소식으로 공급과잉 문제가 다소 해소되면서 올 2분기가 반도체주의 실적 바닥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등 다른 반도체 애널리스트들도 유사한 의견을 보였다.
박 연구원은 "불과 하루 전만 해도 국내 반도체주 실적 바닥은 3분기나 돼야 할 것으로 봤으나 마이크론이 감산에 들어가며 올 2분기 바닥론에 힘이 실렸다"며 "중장기적으로 5G(5세대)통신,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반도체가 필요한 수요가 살아 있어 실적과 주가 모두 완만한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D램 반도체 3사가 모두 감산에 들어가며 올 2분기에 실적 바닥을 찍고 '윈윈'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공급과잉이 해소됐지만 여전히 신규 수요에 대해선 확실한 신호가 없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선 전문가들 모두 다소 부정적으로 대답했다.
올해 실적이 하락하는 것과 달리 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올 들어 이날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8.3%, 25.2% 상승해 코스피(8.7%)보다 2배 이상 올랐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작년보다 각각 38.9%, 58.4%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0.1배로 코스피(10.4배) 대비 저평가 요소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노 센터장은 "주가 바닥은 이미 지났지만 추격 매수는 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비둘기적(완화적)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장중 22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 연준은 올해 금리 동결을 시사했고, 대차대조표 축소(QT) 시기도 9월 조기 종료를 확정했다. 증권업계는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달러 약세 환경을 조성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시총 1, 2위인 반도체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 기대감이 커진다는 것이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 강세 국면이 일단락되면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4월 환율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50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문일호 기자 / 정슬기 기자 / 박의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도체 업종 전문가 5명도 이번 마이크론의 감산 소식으로 인해 올 2분기가 국내 반도체 주식의 '바닥'이란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주의 주가 수준은 코스피 평균보다 많이 올라 섣부른 추격 매수는 위험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21일 매일경제신문이 증권가 반도체 업종 전문가 5명에게 긴급 설문을 한 결과, 이들 모두 올 2분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의견은 전날 전해진 마이크론의 감산 소식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20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최근 2분기(작년 12월~올해 2월) 매출액 58억4000만달러, 영업이익 19억6000만달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1%, 45% 감소한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33.5%이고, 주당순이익(EPS)은 1.71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매출 58억3000만달러)를 다소 웃도는 수준으로 반도체 업종에 대한 우려감이 과도했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이 업체는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에서 수급 불균형 해소와 재고 조절을 위해 D램과 낸드플래시를 각각 5%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1분기 105억달러에서 95억달러 규모로 하향했던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90억달러로 재차 축소했다. 작년 말 기준 글로벌 D램 점유율은 삼성전자(43.9%)와 SK하이닉스(29.5%)가 1, 2위다. 마이크론은 23.5%의 점유율로 3위다.
마이크론 감산 소식에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에 비해 각각 4.1%, 7.7% 올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마이크론의 영업이익률이 33.5%로 상당히 양호했는데도 불구하고 반도체 생산을 축소한다는 매우 이례적인 발표를 했고, 이것이 국내 반도체주의 주가 반등으로 이어졌다"며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더 이상 출혈경쟁을 하지 말자고 유화 제스처를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마이크론의 감산 소식으로 공급과잉 문제가 다소 해소되면서 올 2분기가 반도체주의 실적 바닥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등 다른 반도체 애널리스트들도 유사한 의견을 보였다.
박 연구원은 "불과 하루 전만 해도 국내 반도체주 실적 바닥은 3분기나 돼야 할 것으로 봤으나 마이크론이 감산에 들어가며 올 2분기 바닥론에 힘이 실렸다"며 "중장기적으로 5G(5세대)통신,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반도체가 필요한 수요가 살아 있어 실적과 주가 모두 완만한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D램 반도체 3사가 모두 감산에 들어가며 올 2분기에 실적 바닥을 찍고 '윈윈'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공급과잉이 해소됐지만 여전히 신규 수요에 대해선 확실한 신호가 없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선 전문가들 모두 다소 부정적으로 대답했다.
올해 실적이 하락하는 것과 달리 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올 들어 이날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8.3%, 25.2% 상승해 코스피(8.7%)보다 2배 이상 올랐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작년보다 각각 38.9%, 58.4%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0.1배로 코스피(10.4배) 대비 저평가 요소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노 센터장은 "주가 바닥은 이미 지났지만 추격 매수는 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비둘기적(완화적)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장중 22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 연준은 올해 금리 동결을 시사했고, 대차대조표 축소(QT) 시기도 9월 조기 종료를 확정했다. 증권업계는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달러 약세 환경을 조성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시총 1, 2위인 반도체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 기대감이 커진다는 것이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 강세 국면이 일단락되면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4월 환율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50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문일호 기자 / 정슬기 기자 / 박의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