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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생일` 남겨진 자들의 일상
입력 2019-03-19 15:48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세월호 참사 후 남겨진 사람들의 일상을 담아낸 영화 한 편이 스크린의 문을 두드린다.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담는다.
전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세월호 참사. 정일(설경구)과 순남(전도연)은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 수호(윤찬영)를 여전히 그리워한다. 순남은 아들의 향한 그리움과 슬픔을 묵묵히 견뎌내지만, 아들의 빈자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날에도 가족 옆에 있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을 지닌 정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가슴의 멍울을 간직한 채 견딜 뿐이고, 오늘을 살아간다. 그런 두 사람에게 다가온 아들의 생일. 남겨진 이들은 수호의 생일에 함께 모여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추억을 공유하고자 한다. 하지만 정일과 달리 순남은 생일 모임에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한다.

‘생일은 우리 곁을 떠난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그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아이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생일 모임에서 시작한다. 이를 건조하게 담아냈다. 최대한 OST를 배제하고 일상의 소리와 평범한 인물들의 모습을 그려내며 울림을 전한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졌다. ‘칸의 여왕이라 불리는 전도연은 민낯으로 카메라 앞에 나섰다. 때로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웠다는 전도연은 순남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오롯이 전달한다. 설경구를 비롯해 김보민 윤찬영 김수진 이봉련 박종환 성유빈 권소현 등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세월호 참사 후 남겨진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냈다. 누군가는 혼자 울었고, 누군가는 같이 울었고, 누군가는 잊길 바랐고, 누군가는 여전히 기억했다. ‘생일에는 그 모든 사람의 모습이 담겨있다. 각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슬픔과 분노를 극복하고자 했고, 영화 안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녹아 있다.
다만 이 영화는 남겨진 이들이 혼자가 아닌 ‘연대를 통해 슬픔을 나누고, 떠나간 사람들의 추억을 나눌 뿐이다. 그 날을, 떠나간 사람을 잊지 않겠다고. 그 진심과 위로, 울림이 오래도록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4월 3일 개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20분.
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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