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질랜드 총격 영상 `일파만파`…SNS, 테러 확산창구 되나
입력 2019-03-18 16:26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총격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총을 들고 이슬람사원으로 들어가는 모습. 용의자가 생중계한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에서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한 총격 사건 영상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까지 50명이 사망한 이 총격 사건은 범인이 생중계한 영상을 통해 복사본이 퍼지고 있으며,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등 주요 정보기술(IT)기업들이 차단에 나서고 있지만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중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SNS가 테러 확산의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격 사건의용의자인 브렌턴 테런트(28)는 지난 15일 테러 장면을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17분간 생중계했다. 문제의 영상에는 범인이 차량을 몰고 사건 장소로 이동하는 모습과 사원에 진입해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뉴질랜드의 임상심리학자 이안 램비가 "영상을 찾더라도 보지 말라"라고 경고할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들이 그대로 전파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생중계 플랫폼이었던 페이스북은 뉴질랜드 경찰의 요청에 따라 라이브 영상과 용의자의 계정을 삭제 조치했다. 미아 갈릭 페이스북 뉴질랜드 지사 대변인은 "뉴질랜드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고 바로 영상과 용의자 계정을 삭제했다"며 "총격 사건을 찬양하는 글도 발견 즉시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영상의 복제 파일이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대표 소셜미디어와 파일공유 사이트에 유포되기 시작했다. 복사본의 대부분은 영상을 본 시청자가 개인 카메라로 재촬영하거나, 원본을 짧게 편집해 재가공한 영상들이다. 문제의 영상이 퍼져 나간 다른 소셜미디어들도 계정을 삭제하고 AI 탐지 시스템을 동원해 영상을 제거하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퍼져 나가는 복사본을 전부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용의자가 테러 현장을 생중계할 당시 방송을 시청한 사람은 고작 10명에 그쳤으나 복사본이 퍼지며 시청자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포털사이트에서도 관련 내용을 검색하면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의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테러 현장이 SNS를 통해 그대로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4월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발생한 총기 살인 사건이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된 적이 있다. 거대 IT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증오, 혐오 콘텐츠를 차단하는 모니터링에 막대한 자본과 기술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신속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특히 이번 뉴질랜드 총격 사건 영상의 경우 복사본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돼 차단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페이스북은 이 같은 복사본 차단을 위해 영상 속 음성과 차량 내부에서 들리는 음악 등을 포착하는 음향 기술을 활용 중이다.
마크 워너 미 상원의원은 "이런 증오 콘텐츠가 페이스북에 생중계되고, 삭제 후에도 유튜브와 레딧 등을 통해 마구 증폭되는 게 현실"이라며 "거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얼마나 악용되고 있는지 보여준다"라고 꼬집었다. 로이터 또한 "수년에 걸친 투자에도 불구하고 유혈 영상의 확산을 막는 것은 여전히 기술 기업의 주요 과제임을 알게 했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총격 사건 영상 유포를 범죄로 규정하고 엄정 대처를 경고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18일 범행 영상을 확산시킨 18세 소년을 기소했다. 이 남성은 테러가 발생한 모스크의 사진에 '타깃 획득'이라는 메시지를 합성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디지털뉴스국 오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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