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잡아라 잡(JOB)] "반려동물 자식과 같아…사체 폐기물 지정 철회해야"
입력 2019-03-18 15:19 

"반려동물은 가족 중에 자식과도 같은 개념이에요. 법적으로는 반려동물의 사체를 폐기물로 지정해 쓰레기봉투에 분리수거하도록 돼 있는데 굉장히 잘못된 조항이라고 생각해요."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반려동물장례식장 펫포레스트에서 만난 강성일 수석 장례지도사는 반려동물 사체처리 관련 법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지정해 화장을 하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 쓰레기봉투에 분리수거하도록 돼 있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을 육박하나 이들을 위한 장례시설은 전국 약 30곳에 불과하다. 가족과도 같은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그는 오늘도 화장터로 향한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는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때 사후 수습부터 장례 의전절차, 화장 절차, 유골 수습, 봉안 등 반려동물의 장례절차를 진행하는 일을 담당한다. 일반적인 장의사와 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강 지도사가 일을 시작한 2010년 초반에만 해도 반려동물을 위한 국내 장례시설은 11곳 뿐이었다.
강 지도사는 "당시만 해도 국내에 동물장례라는 개념이 뚜렷하지 않았고, 장례 문화라기 보다 '사후처리'에 가까웠다"며 "강아지가 죽으면 바로 화장절차 진행하고 별다른 의전절차도 없었다. 유골도 받아가지 않고, 자체적으로 뿌려달라는 보호자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이상 키운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선진국의 사례를 찾기 위해 일본에 건너간 그는 반려동물을 대하는 정서부터 우리와 다르다는 점을 체감했다.
강 지도사는 "일본은 기본적으로 반려동물을 '보호자의 아이'로 생각해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에 함부로 손을 대지 않는다"며 "반려동물을 존중하는 장례 문화를 직접 보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문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국내에 있는 반려동물장례식장에 무작정 자필로 편지를 쓰는 방식으로 입사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반려동물 장례업계가 블루오션이라는 판단에 큰 고민없이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강 지도사의 설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차량을 개조해 불법적으로 이동식 화장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강성일 펫포레스트 수석 장례지도사가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펫포레스트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 펫포레스트]
강 지도사는 "반려동물장례지도사를 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이동식 화장장을 구입하며 잘못된 길로 빠지고 있다"며 "이것은 엄연히 불법으로 이동식 화장장을 통해 화장을 한 반려동물의 경우 화장 증명서가 발급되지 않아 동물 말소 신청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식으로 등록된 업체를 통해 화장을 진행해야 화장 증명서가 발급되며, 굳이 법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가족과도 같은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통상 3일장을 치르는 사람의 장례식과 달리 반려동물의 장례식은 사망확인부터 화장절차까지 하루가 채 걸리지 않는다. 펫포레스트에서는 추모시간을 따로 정해놓지 않아 보호자가 충분히 애도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장례절차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보호자가 도착하면 사망 확인을 먼저 한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경우 염습절차를 거치게 되며 이때 상처부위를 봉합하거나 배변을 깨끗히 세척하는 작업을 거친다. 이후 보호자의 요청에 의해 수의나 입관 절차를 마쳐 추모실로 자리를 옮긴다. 추모실에서 보호자와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의전 절차를 마친 후 화장을 진행한다.
국내 반려동물 장례비용은 평균 20~30만원 선이다.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유골 성분으로 스톤을 제작하는 경우 40~50만원까지 금액이 올라간다.
강 지도사는 "반려동물이 사망하면 통상 72시간 안에는 부패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이 사망해 경황이 없는 틈을 타 빨리 (장례식장에) 데려오지 않으면 부패된다는 식으로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급하게 장례절차를 밟아 나중에 후회하는 보호자들도 적지 않다고. 그는 반려동물의 사망 이후의 절차에 대해 잘 모르는 보호자를 위해 전국을 돌며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문화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소망과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가 장례 의전을 담당하는 것 뿐만 아니라 '펫로스(Pet loss) 증후군'(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보호자가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증상)의 치유방법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직업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아 꼭 필요한 직업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강성일 펫포레스트 수석 장례지도사가 반려동물 사체를 염습하고 있다. [사진제공 = 펫포레스트]
[디지털뉴스국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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