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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의 야구생각] 이용규, FA계약 해지하고 방출 요구해야
입력 2019-03-18 08:51  | 수정 2019-03-18 09:53
한화 이용규의 돌발 행동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용규가 트레이드를 요구하려면 FA계약 해지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다르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지난 1월만 해도 FA계약이 불발돼 오갈 데 없을까 전전긍긍하던 한화 이글스 이용규가 트레이드를 요구하고 나섰다. 트레이드가 안 되면 방출시켜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세상에 이런 경우는 없다. 그것도 시즌개막을 단 일주일 앞두고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용규의 입장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마땅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굳이 찾자면 옵션 이행에 대한 불만으로밖에 이해가 안 된다. 이용규는 FA계약 마지막 날인 1월31일 2+1년 조건으로 계약금 2억 원, 연봉 4억 원, 옵션 연간 4억 원 등 총액 26억 원에 계약했다. 옵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한용덕 감독이 자신을 9번 좌익수로 기용할 방침이라고 밝히자 옵션 충족에 어려움을 느낀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이 그렇다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설령 한용덕 감독의 구상이 그렇다 하더라도 그건 시즌 전 생각일 뿐이다. 시즌에 들어가면 변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특히 이용규는 이미 검증된 선수로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이용규는 최근 몇 년 간 부상으로 침체기를 겪었지만 아직 국내무대에선 손꼽히는 테이블세터다. 만 34세로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하기 이르다. 특히 한화엔 이용규를 대신할 만큼 센스 있는 타자가 없다.
이용규 자신이 하기에 따라 상위타선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 2군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해 트레이드를 거쳐 와신상담 국가대표 주전과 최고의 톱타자 자리를 차지한 선수답지 않는 한심한 태도다.
FA계약을 하기 전에 한용덕 감독의 방침이나 팀 사정을 몰랐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단 FA계약을 맺어 신분을 확실히 한 뒤 오직 제 살 길을 찾아 가겠다는 뜻이었다면 더욱 기가 차다. 한화 팬들이 이용규를 향해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용규의 진심이 궁금하다. 진정 한화와 한 배를 탈 수 없어 트레이드를 요구한 것이라면 FA계약 해지와 함께 트레이드를 요청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이 담보된다. 그 정도 자신감과 결기는 보여야 팬들도 납득이 될 것이다.
이미 이용규와 한화는 건너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팀 전체를 봐야하는 한용덕 감독 입장에선 이용규를 전력에 포함시킬 수 없다. 이용규 입장에서도 한화 구단이나 한용덕 감독의 처분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을 해야 한다.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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