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막 오른 주총 시즌…주주가치 훼손 안건 `주의보`
입력 2019-03-14 08:13 

지난해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 현장 [사진제공 : 삼성전자]
이번 주 120개 상장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기 주주총회 시즌의 막이 올랐다. LG전자(15일), 삼성전자(20일), 현대자동차(22일)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주총이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가 제정된 후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첫 정기 주총임에 따라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아진다.
그러나 일부 상장사들이 상정한 임원 선임 및 배당 안건 중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 주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올해도 반복되는 '슈퍼주총데이'
14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등 자본시장 유관기관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중 이날까지 정기주주총회 일정을 확정한 기업은 전일 기준 코스피 기업 708곳, 코스닥 기업 1113곳(스팩 제외)이다. 이중 한국전력공사, 한미반도체, 삼화페인트공업 등 코스피 기업은 13곳이 주총을 마쳤다. 코스닥 기업은 16곳이 이달 주총을 마치고 결과를 공시할 예정이다.

올해도 기업들의 정기 주총이 한 날짜로 쏠리는 '슈퍼주총데이' 관행이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29일에만 코스피·코스닥 기업 총 367곳이 일제히 정기 주총을 열 계획이다.
29일은 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가 정한 주총 집중 예정일이기도 하다.
앞서 두 협회는 올해 초 주총 분산 개최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 3월 22일, 28일, 29일을 주총 집중 예정일로 공지한 바 있다. 특정일에 주총 예정 기업이 코스피, 코스닥시장을 합쳐 210개를 넘거나 각 시장별 기준(코스피 80곳, 코스닥 130곳)을 초과할 때 주총 집중일로 지정한다. 집중일에 주총을 여는 상장사는 개최 사유를 공시해야 한다.
29일 다음으로 가장 많은 정기주총이 몰린 날은 22일과 27일이다. 이달 22일에만 코스피·코스닥 기업 314곳의 정기주총이 예정돼있다.
특히 22일에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의결권 대결이 예상되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부터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NAVER, 삼성물산 등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안팎의 기업들의 정기주총이 열린다. 22일의 경우 집중 예정일로 사전에 지정되면서 주총 쏠림 현상이 다소 완화됐다.
27일에는 현대중공업지주, 선진, 화승알앤에이, 한솔피엔에스 등 코스피 기업 107곳이 정기주총을 연다. 코스닥 기업 중에서는 유에스티, 동양피엔에프, 동성화인텍 등 211곳이 이날 주총을 열 계획이다.
◆"반대의견 권고"…주의해야 할 '특이안건' 수두룩
일부 상장사들의 주총 내용 중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거나 주주가치 훼손의 우려가 있는 안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주요 기업들의 주총에 상정된 임원 선임 및 배당 안건 중 특이 안건을 분석한 결과 ▲GS리테일 ▲아세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미포조선 등 7곳에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가장 논란이 되는 곳은 엘리엇과 힘겨루기 중인 현대차와 현대 모비스다.
대신지배구조연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대한 엘리엇의 현금배당 제안이 과도하다"면서 "자동차업 불황으로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어, 당기에 대규모 배당하는 것 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향후 연구개발(R&D)이나 공장 투자를 위한 자본요건 충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엘리엇의 제안한 배당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결산배당은 과소배당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배당 가능 이익은 약 38조5000억원으로 증가했으나 총 주주수익률(-18.44%)은 주주 요구 수익률(9.56%)보다 떨어져 회사가 제안한 현금배당 확대는 이를 상쇄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다.
이밖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GS리테일, 아세아, 현대미포조선에 대해서는 사외이사 및 상근감사 후보자의 독립성 문제를 거론했다.
삼성전자가 사외이사 재선임 후보자로 올린 박재완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전 기획재정부 장관)는 삼성재단과의 연결고리를 문제 삼았다. 박 후보자가 재직 중인 성균관대학교는 지난 1996년부터 삼성재단의 후원을 받았기 때문에 회사의 영향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외이사 후보자가 해당 회사 또는 계열 회사의 영향력이 미치는 비영리법인의 상근임직원인 경우 이는 사외이사 결격 요건에 해당한다는 규정을 언급했다.
GS리테일의 사외이사 신규선임 후보, 아세아의 상근감사 신규선임 후보, 현대미포조선의 사외이사 신규선임 후보에 대해서도 독립성 훼손의 우려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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