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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 그래도 KBO가 오키나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오키나와 Q&A]
입력 2019-03-10 06:04 
궂은 날씨로 애를 먹인 오키나와지만 이 지역만큼 훈련하기 좋은 환경과 협조를 얻기 힘들다는 게 구단들 공통의견이었다. 사진은 5일 삼성과 KIA의 연습경기 중 모습. 사진(日 오키나와)=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황석조 기자] 짧게는 15일, 길게는 40일 가깝게 KBO리그 팀들 캠프가 차려졌던 일본 오키나와. 6개 구단 중 5개 구단이 떠난 9일 오후, 그 전까지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이별이 아쉬웠는지 세찬 폭풍우로 바뀌었다. 이렇듯 올해 오키나와리그는 궂은 날씨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훈련환경이 좋지 못했다. 연습경기 취소는 예사였고 시설부족으로 실내훈련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구단들 모두 이구동성 오키나와만 한 곳도 없다”고 외쳤다. 왜일까.
현장에서 만난 6개 구단 관계자들 역시 대부분이 최근 오키나와 날씨가 좋지 않다고 인정했다. 몇 년 들어 가장 안 좋은 날씨다”, 너무 덥거나 추워서 옷을 어떻게 입어야하는 지 조차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코칭스태프들 역시 솔직히 훈련이 쉽지 않은 때가 많다”며 이상기온 속 혼란스러운 적이 많다고 털어놨다.
▲야구의 도시 오키나와, 협조와 환경 월등해
그나마 삼성과 SK는 실내훈련장 시설을 갖고 있어 한결 나은 상황. 나머지 4개 구단은 비가 오거나 조금이라도 궂은 날씨면 소위 답이 없게 된다. 국내와 달리 약간의 비만 와도 그라운드 환경이 좋지 않아지기에 훈련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선 부상 위험이 너무 많다고들 강조한다.
그러나 내년, 혹은 더 나아가도 오키나와에서 캠프를 차려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하다. 구단들도 당장 내년 캠프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지만 1~2팀을 제외하고는 전부 잔류가 유력하다. 1~2팀 역시 논의 정도지 오키나와를 떠나기 쉽지 않다. 장소 인기가 많아 한 번 떠나면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지만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오키나와 만한 훈련장소가 없다는 설명.
한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오키나와만의 메리트가 크다. 이곳은 구장 현지 아르바이트직원까지도 야구이해도가 높다. 고위관계자부터 아르바이트직원까지, 한 명, 한 명이 야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보니 논의를 하거나 협조를 받을 때 매우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자치기관부터 호텔, 시설관리 업체까지 모두가 알맞은 협조를 해준다. 검증된 직원들의 이와 같은 협조와 도움으로 선수단이 걱정 없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며 지역사회에서 국내야구팀을 바라보고 돕는 수준이 (다른 곳과) 차원이 다르다. 다른 지역에서는 쉽지 않은 조건”라고 강조했다.
관계자 말처럼 2월초부터 3월중순까지 오키나와 일대는 하나의 거대한 야구도시로 변한다. 최근 선수들 사생활이 도마에 오르며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졌으나 이를 떠나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할 여건만큼은 다른 곳이 따라올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올해 유달리 오키나와 지역은 비가 많이 내렸다. 구단들의 연습경기도 대거 취소되는 아쉬움을 맛봤다. 사진은 지난 3일 KIA 킨구장. 비로 훈련이 야외훈련이 취소됐다. 사진(日 오키나와)=옥영화 기자
▲날씨 고민되지만...다른 대안도 아직은 검증된 곳 NO
나아가 일본팀과의 연습경기 기회는 더할 나위 없는 옵션이다. 국내구단들은 경쟁하듯 일본팀과 연습경기를 잡아 매번 고전을 면치 못한다. 하지만 리그 수준이 높고 경쟁력 강한 일본팀과의 상대는 그 결과를 떠나 자체가 이득이라는 분석이다. 관계자들은 이기고 지고 결과를 떠나 다른 지역에서 일본 프로야구팀과 상대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팀들이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오키나와만의 메리트를 강조했다.
지역 교민들로부터도 큰 도움을 받고 있는데 김장김치는 물론 선수들 입맛에 맞는 한식요리까지, 지역사회에서 KBO리그팀들은 야구팀 이상의 존재감을 어필 중이다. 실제로 각 구장들 인근 지역은 현지인들 사이에서 해당구단 인지도 자체가 높고 매우 협조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인을 보면 즉각, 라이온즈”, 혹은 트윈스” 등을 외치는 주민들을 발견하는 게 어렵지 않다.
물론 궂은 날씨는 훈련에 큰 적이 분명하다. 이에 구단들도 고심을 거듭 중이나 그렇다고 장소변경만이 대안은 아니라고.
한 구단 감독은 오키나와를 향한 부정적 시선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른 지역은 아직 확실히 검증된 단계가 아니지 않나”고 힘줘 말했다. 사실 올해 따뜻한 날씨로 주목 받은 대만의 경우 지난해 이상기온으로 롯데가 크게 고생한 경험이 있다. 작년은 별로였고 올해는 좋았는데 아직 어떤 게 진짜일지 애매한 경우이긴 하다. 호주의 경우도 지나치게 덥다는 주장이 있고 훈련 상대가 기대만큼이 아니란 의견도 있다. 날씨 좋기로 소문났던 미국 애리조나의 경우 올해 큰 믿음이 깨질 정도로 (날씨가) 좋지 못했다.
삼성과 SK는 실내훈련장을 보유해 다른 구단들에 비해 훨씬 좋은 훈련여건을 가질 수 있었다. 사진은 SK의 실내훈련장 모습. 사진(日 오키나와)=옥영화 기자
▲국내 훈련은 비현실적, 그래도 구단들은 고민 중
한편 일부 팬들이 주장하는 고척돔이나 국내에서 훈련하자 주장은 현재로서 불가능하다. 구단들 입장에서야 비용절감 차원에서 솔깃할 수 있는 제안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단순 돔구장 시설문제가 아니기 때문. 아무리 오키나와, 애리조나가 이상기온에 시달린다해도 이 시기 국내와 비교해 평균온도가 다르다. 적어도 오키나와에서는 두꺼운 외투를 입을 일은 없다. 선수들이 돔구장에만 종일 있을 수도 없는 노릇. 낮은 온도 자체가 부상 위험이 된다.
알맞은 캠프장소 찾기를 향한 구단들 고민은 분명 현재 진행형이다. 기본적으로는 오키나와 잔류를 계획으로 세우지만 일부 구단에서는 다른 대안이 있는지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다만 단순 날씨제외 여러 훈련에 도움 되는 메리트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게 공통의견. 물론 날씨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다른 지역이 아직 검증된 것도 아니라는 반론이 가능했다.
한편 훈련 기간 한 구단 고위인사는 실내훈련장을 살펴보며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떠날지 여부보다 안에서 대안을 찾고자 하는 노력들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hhssjj27@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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