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화기 불량에 제연설비 없어…터널 소방시설 '엉망'
입력 2019-03-08 19:30  | 수정 2019-03-08 20:26
【 앵커멘트 】
잊을 만하면 터지는 터널 내 차량 사고.
매년 수백 건씩 발생하죠.
일단 터널 사고는 발생했다 하면 대형 화재로 나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쉬운데요.
MBN 안전기획 '여러분 동네, 안녕하십니까', 첫 순서로 안전시설이 엉망인 터널의 실태를 점검했습니다. 배준우 기자입니다.


【 기자 】
터널 안이 연기로 가득 차 한 치 앞을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차량 화재로 뿜어져 나온 연기가 3시간 가까이 터널 안을 가득 메운 겁니다.

연기를 빼내는 제연설비는커녕 소화전조차 갖춰지지 않아 터널 안에 있던 23명이 연기를 마시는 사고가 났습니다.


▶ 인터뷰 : 박청웅 /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화재가 발생했을 땐 시야가 확보돼야 합니다. 터널에서의 소방시설의 관리유지, 특히 배연설비 같은 것들은 철저하게 이뤄져야…."

▶ 스탠딩 : 배준우 / 기자
- "터널 안에 기본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는 소화기는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서울시내 주요 터널들을 돌아보겠습니다."

서울시내 터널 6곳을 돌아보니 5곳에서 소화기 관리에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소화기의 압력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진 불량 제품이 있는가 하면, 낡은 소화기함 손잡이에 시멘트가 말라붙어 열리지도 않습니다.

점검한 지 1년이 넘는 소화기들도 있지만, 관할당국인 서울시는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서울시 관계자
- "소화기는 사업소에 방재시설 담당하시는 분들이 관리하실 거예요. 상시적으로 점검은 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5백 미터 이상 터널은 피난대피통로를 두거나 연기를 밖으로 빼내는 제연시설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MBN이 주요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터널들의 소방시설 설치 현황 자료를 받아 보니, 서울은 3곳, 경기도 8곳, 강원도 14곳 등에서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스탠딩 : 배준우 / 기자 (단월명성터널)
- "규정을 지키지 않은 이런 터널들은 화재가 나면 피난할 공간이 없는데다 연기도 빠지지 않아 인명피해 위험이 큽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들은 바로 개선조치에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경기도 관계자
- "예산 확보라든지 그런 것 때문에 바로 안 됐겠죠. 올해 예산을 받았거든요."

터널 내 교통사고는 지난 3년간 1천7백여 건, 사망자도 79명에 달합니다.

관리 당국의 안일한 인식 속에 오늘도 많은 터널들이 대형 화재의 위험 속에 무방비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MBN뉴스 배준우입니다.
[ wook21@mbn.co.kr ]

영상취재 : 한영광 기자
영상편집 : 송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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