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3월 7일 뉴스초점-춘삼월에 업무보고
입력 2019-03-07 20:08  | 수정 2019-03-07 20:37
경제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새해 업무 계획이 어제 대통령에게 보고됐습니다. 새해가 된 지 석 달이 지나고 있는데 지금에서야 말이죠.

기획재정부 뿐만이 아닙니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등 몇 개 부처를 빼면 아직도 업무 보고를 하지 않은 곳들이 더 많습니다. 그냥 청와대를 바라보고만 있는 겁니다. 왜냐, 개각으로 장관이 바뀔 수도 있거든요. 이건 곧, 장관에 따라 새해 업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까요. 해야 할 일을 적는 건데 말이지요.

보고 형태도 변했습니다. 문 대통령 취임 첫해엔 부처 장관이 주제별로 합동 보고를 했고, 2018년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업무 보고를 주재했지만, 올해는 11개 부처의 업무 보고를 서면으로 대체하기로 했거든요. 남은 부처가 다 대면 보고를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고, 다른 현안도 많아서 그렇다는데 서면보고가 역대 정부에서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또 다르죠. 집권 3년 차인 만큼 정책 성과도 평가받아야 하고, 추진 중인 정책을 어떻게 달성할지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들어야 하는데, 이게 뒤늦은 서면보고 몇 장으로 충분할까요. 더구나 지금같이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요. 뒤로 밀리고 밀린 부처의 업무 보고는 심지어, 이미 김이 다 빠져서 재탕, 삼탕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기재부를 예를 들면, 경제 활성을 위해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일자리를 15만 개 늘리겠다고 했지만, 이건 지난 연말 발표한 새해 경제정책에서 이미 발표한 내용들입니다. 관계 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제2 벤처 붐 확산 전략' 역시 작년에 발표했던 창업 투자 지원책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요.

기약 없는 정부의 업무 보고에, 산업계는 속이 타고 국민들은 답답함을 느낍니다. 그 자리가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자리라는 걸, 거기 있는 그들만은 모르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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