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3월 6일 뉴스초점-국민 법감정 외면 그만!
입력 2019-03-06 20:12  | 수정 2019-03-06 20:47
'살았으면 데리고 나오고 죽었으면 버려라.'

이 말, 어떻게 들리십니까. 누군가 타인을 해하고 난 뒤, 피해자가 숨질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지 않으십니까. 상식적으로 봐서 말이지요.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글이 또 올라왔습니다. 친구가 술을 마신 뒤 성폭행을 당하고 목숨까지 잃었는데, 법원이 가해자들에게 강간죄만 물어 제대로 처벌이 안 됐다는 내용이었지요. 재판부는, 가해자들이 피해자가 숨질 걸 예상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3년 전 만취한 여성이 호텔에서 추락사한 사건 역시, 용의자가 여성을 질질 끌며 호텔방에 들어가고, 여성이 맨발로 급하게 뛰쳐나오는 장면이 CCTV에 버젓이 찍혔는데도,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성폭행은 피해자의 진술이 필요한데 피해자가 숨졌으니 용의자의 진술에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요.

처음엔 여자친구라고 했다가 아니다, 술에 취해 헷갈렸다며 횡설수설한 그 사람의 말을, 그대로 인정해준 겁니다. 그럼 앞으로 피해자가 진술을 할 수 없도록 아예 숨지게 하는 가해자가 늘면 어쩌죠? 이 사건은 재수사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지만, 결국 재수사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2년 전 개설된 후 지금까지 청와대가 답한 청원 수는 총 78건, 그중 30건 가까이가 각종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거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력하게 해달라는 거였습니다. 그만큼 지금의 법이, 또 판결이 국민 정서, 감정과는 맞지 않다는 얘기가 되지요.

법률이나 정책은 국민을 위한 겁니다. 분위기에, 여론에 휩쓸려 판단해서도 안 되겠지만, 적어도 범죄 연령이 낮아지고 강력범죄가 늘고 있는, 사회상은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요.

국민 정서법이라는 게 실제 하지 않더라도 결국 모든 법률과 정책은 국민의 상식에서 비롯돼야 합니다. 그래야 거기서 나오는 판결과 처벌 역시 국민이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그래야, 법관들이 자신들이 관련된 일에만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있지 않을까요.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