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신협, 사회적기업 육성…올해만 300억 대출
입력 2019-03-05 17:57  | 수정 2019-03-05 22:25
김윤식 신용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앞으로 신협을 '서민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환골탈태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회적경제기업에 저금리 대출 3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사회적 금융 활성화에 앞장서기로 한 것이다. 이 금액은 향후 1000억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김 회장은 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95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300억원을 사회적경제기업에 빌려주겠다"고 밝혔다. 대상은 정부가 손대기 어려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조합, 자활기업 등이다. 금리는 신용대출 3.5% 내외, 담보대출 3% 내외다.
특히 신협은 돌봄과 보육, 청년 창업, 사회적주택·주택협동조합 등 생활과 밀접한 분야나 신재생에너지 등에 집중적으로 대출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업 재무 상태보다 사업 계획과 기업 철학 등 비재무지표를 반영한 방식으로 대출심사 기준도 완화한다. 앞으로 각 사회적경제기업 특성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별도 심사 체계를 만들어 1000억원 규모로 대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2022년까지 200억원 규모로 신협사회적경제지원기금도 조성할 계획"이라며 "이미 지난해에 65억원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신협은 조성된 기금 가운데 50억원을 5년 동안 매년 20개 사회적경제기업에 각각 5000만원씩 출연할 계획이다. 나머지 150억원은 이들이 공급받는 대출에 대해 통상 4%대인 금리를 3% 수준으로 낮추는 데 쓰인다. 신협이 개발한 사회적경제기업의 회계·세무 프로그램인 '씨유비즈쿱'도 무료로 공급한다. 올해부터 영세 사회적경제기업을 위해 회계·세무 관련 정기 교육도 실시한다.
김 회장이 특히 손꼽은 올해 목표는 정부와 맺은 경영 정상화 양해각서(MOU)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신협은 외환위기 이후 경영이 악화되자 2007년 정부로부터 2600억원을 지원받는 대신 MOU를 맺었다. 김 회장은 "MOU 체결 이후 10년 넘게 금융감독당국에서 지시한 모든 숙제를 다 했다"며 "MOU에서 탈피하면 그동안 당국과 협의해 진행했던 사업을 보다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협이 MOU에서 벗어나게 되면 중앙회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인력을 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앙회 사업 이익 일부를 사회적 경제 조직을 지원하는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금융감독당국은 오는 5월께 신협의 경영 평가를 한 뒤 MOU 종료 여부를 결정한다.
신협은 서민을 위한 상품도 내놓기로 했다. 5월 출시 예정인 '효(孝) 어부바 통장'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기초연금을 수령하는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자녀가 상품에 가입할 경우 신협이 부모를 위해 대형 병원 진료 예약과 치매 예방 프로그램, 의료 상담 등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달에 두 차례 전화하거나 직접 방문해 부모 건강도 대신 살핀다. 부모가 다쳐 사망할 경우 자녀에게 사망공제금 1000만원을 준다. 자녀가 없는 노인은 직접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신협의 정신은 빵을 만들어 많이 팔리면 마을 사람들에게 다 나눠주는 것"이라며 "효 어부바 통장은 이익금의 절반 이상을 많은 서민에게 나눠주려는 노력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신협은 MOU에서 졸업하는 대로 다자녀가구 대출 자격 요건을 자녀 3명에서 2명으로 완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내놓은 다자녀가구 대출은 부부 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 다자녀가구에 금리 2.5% 내외로 최대 3억원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신협은 디지털금융도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 말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음성 서비스가 담긴 모바일뱅킹을 선보이고 이를 통해 소액 신용대출부터 예·적금 등 다양한 상품을 제공한다는 각오다. 지난해 신협의 당기순이익은 4245억원으로 전년(3346억원)보다 26.9% 증가했다. 신협은 현재 전국에 888개 조합을 두고 있으며 조합원 수는 600만명을 넘는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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