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뉴스추적] '제재 해제' 범위 판단 엇갈려…향후 협상은?
입력 2019-03-02 19:30  | 수정 2019-03-02 20:05
【 앵커멘트 】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가운데 북한이 대북 제재 해제를 어디까지 요구했는지를 놓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비핵화 범위를 두고도 큰 입장차를 보이면서 향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정치부 김근희 기자와 뉴스추적해보겠습니다.


【 질문 1 】
김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우리는 일부 해제만 요구했다며 반박했는데요.
양측의 말이 왜 엇갈리는 겁니까?

【 기자 】
사실 양쪽 모두 틀린 건 아닙니다.

실제로 북한이 요구한 건 유엔 대북제재 결의 11건 중 5건이었습니다.


▶ 인터뷰 : 리용호 / 북한 외무상
-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5건이 미국 입장에서 사실상 전면 해제로 볼만큼 대북 제재의 핵심이라는 겁니다.

그 이전의 제재들은 주로 북한의 무기 기술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요.

이 5건이 북한의 돈줄인 석탄 수출을 제한하고 북한의 생명선인 유류 공급을 막는 가장 강력한 조치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의 경우 석탄과 석유를 군수용과 민수용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미 국무부 당국자가 북한이 말장난을 하고 있다며 북한이 요구한 건 사실상 모든 제재의 해제라고 평가한 거죠.

【 질문 2 】
북한의 말처럼 일부 제재이긴 하나 그 일부가 사실상 전면 해제로 볼만큼 핵심이라는 거군요.
이 제재 범위만큼이나 엇갈렸던 게 비핵화를 어디까지 할 것이냐 하는 문제였어요.

【 기자 】
무엇보다 영변 핵시설에 대한 관점 자체가 달랐습니다.

영변은 북한 핵개발의 심장으로 불리는 곳으로 북한 입장에서는 이곳을 폐기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굉장히 큰 의미를 갖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정치적 의미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겁니다.

지난해부터 이미 미 언론은 강선이라는 북한의 또 다른 우라늄 시설에 주목해왔습니다.

그동안 영변에 북한 핵의 70%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은 이 강선 시설이 영변의 2배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거죠.

【 질문 3 】
그런데 미국이 영변 플러스 알파를 요구한다는 건 이미 이전부터 나왔던 이야기 아닌가요.
그동안 계속 실무협상을 해왔는데 애초에 미리 조율을 안 하고 왜 갑자기 정상회담에서 문제가 된 걸까요?

【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영변 핵시설 이외에 우리가 발견한 다른 것들이 있고 우리가 이를 알았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놀랐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그동안 실무협상 과정에서 거론되지 않았던 영변 이외의 핵시설을 미국이 정상회담에서 갑자기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원래 외교 담판은 통상 실무회담에서 협상을 마치고 정상회담은 최종적으로 의지만 확인하는 게 관례인데요.

이렇게 정상회담에서 결렬된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이 이번 회담에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나옵니다.

【 질문 4 】
그런데 이렇게 협상이 결렬되면 양측 모두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일 텐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태도로 나오게 된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요?

【 기자 】
아마도 미국의 국내 정치상황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최측근이었던 마이클 코언 변호사 폭로에 이어 최근에는 사위인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기밀정보 권한을 주라고 지시했다는 스캔들이 터졌는데요.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낮은 수준의 합의를 하고 돌아갈 경우 받을 정치적 타격을 고려한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즉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여 북미 회담 성사가 가장 효과적인 타이밍에 다시 한번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거죠.

【 질문 5 】
그런데 원래 협상이란 게 한번 틀어지면 다시 테이블에 앉기가 쉽지 않은데요.
양측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우리나라 그러니까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다시 중요해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떻습니까?

【 기자 】
맞습니다. 이들을 다시 테이블에 앉힐 수 있는 중재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는데요.

협상 결렬 이후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 방안을 미국 측과 논의하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역시 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리 측의 협조를 당부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남북간 교류 확대를 바탕으로 북한의 더 큰 양보를 이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측과 논의가 이뤄진다면 북미 간 실무회담이 빠른 시간 내 재개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 앵커멘트 】
비록 이번에는 협상 결렬로 끝났지만 양측 모두 추후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는데요.
이후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기대해보겠습니다.
정치부 김근희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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