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민연금 지난해 0.92% 손실 …내부역량도 외부관리도 엉망
입력 2019-02-28 17:40  | 수정 2019-02-28 21:57
◆ 레이더M ◆
국민연금이 지난해 설립 이후 최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0.92%로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가장 큰 손실을 봤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과 주요 선진국의 통화 긴축, 부실 신흥국의 신용위험 고조 등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약세가 기금 수익률에 반영된 결과다.
28일 국민연금은 2018년 연간 수익률이 -0.9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국민연금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0.18%)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해 기금 전체 손실액 잠정치는 5조9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 채권을 제외한 전 자산군에서 시장 벤치마크(BM) 지수보다 성과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난해 국민연금 직접 운용 성과보다 민간 자산운용사들이 관리하는 위탁 운용 성과가 더 엉망인 것으로 나타나 위탁 운용 자금의 수익률 제고가 국민연금의 지상 과제로 떠올랐다.
28일 국민연금이 공시한 '자산군별 포트폴리오 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은 국내 채권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시장 대비 저조한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6.77%의 수익률을 기록한 국내 주식의 경우 시장 대비 1.27%포인트 낮은 성과를 기록했다. -6.19%의 수익률을 보인 해외 주식은 0.24%포인트, 4.21%의 수익을 낸 해외 채권 역시 0.15%포인트씩 벤치마크 지수 대비 성과가 낮았다. 대체투자 부문은 오는 6월 벤치마크 지수 대비 성과가 집계될 예정이다.

국민연금이 시장보다도 저조한 수익률을 보인 것은 기본적인 운용 역량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금운용본부의 장기간 리더십 공백과 이로 인한 기금운용 전략의 부재, 실장급 인사들과 기금운용역들의 계속된 이탈 등 내부 요인이 초래한 결과다.
지난해 10월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임명되기 전까지 CIO 자리는 15개월 이상 공석으로 유지돼 왔고, 부문별 운용을 이끄는 실장급 역시 줄줄이 퇴사하며 지난해 기금운용조직 전체가 홍역을 치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연금이 다른 연기금에 비해 덩치(기금운용 규모)가 크기 때문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부문이 많은데도 그러지 못한 것은 운용 역량의 문제"라며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있다는)지리적 한계와 이로 인한 기금운용 인력 유출 등이 수익률 하락의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내부 문제뿐만 아니라 외부에 기금을 맡기는 위탁 운용에서 더 수익률이 악화됐다는 점이다.
이날 국회 김승희 의원이 국민연금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을 통해 투자하는 국내 주식 부문 수익률은 -16.49%였지만 민간 자산운용사들이 위탁 운용하는 국내 주식 수익률은 -17.10%로 더 낮은 성과를 기록했다. 해외 주식 역시 위탁 운용의 수익률(-6.96%)이 직접운용 수익률(-4.78%)에 비해 크게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안 본부장은 "지난해 위탁 운용사에서 섹터 비중을 잘못 조절하거나 종목 선정에서 상당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투자 자산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향후 수익률 제고를 위한 필수 과제로 꼽힌다. 국민연금 추정치에 따르면 캐나다 공적연금(CPPIB) 수익률은 지난해 말 기준 8.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산 내 주식 비중이 32%로 국민연금(35%)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대체투자의 자산 비중(40%)을 높게 가져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국민연금 이사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국민연금은 다른 연기금에 비해 대체투자 비중이 낮아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기가 힘들다"며 "대체투자에 대한 인력과 네트워크가 모두 부족해 투자 실행이 잘 안 되고 있는 문제를 빨리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역시 향후 공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수익률 제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2023년까지 전체 기금 포트폴리오에서 25%가량을 차지하는 해외 투자 부문의 비중을 45%까지 늘리고, 대체투자 역시 12%에서 15% 정도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의 지난해 수익률을 두고 상대적으로 선방한 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지난해 더욱 힘든 투자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에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국내 채권과 해외 채권에서 낼 수 있는 수익률이 양호했지만 지난해에는 주식과 채권 등 자산군 전체가 수익률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사상 최악의 투자 환경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제림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