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애덤 리바인 목 풀리자 공연이 끝났다
입력 2019-02-28 17:05 
지난 2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내한공연을 펼친 마룬5의 보컬 애덤 리바인이 손을 들어 관객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라이브네이션코리아]
"나의 마룬5는 이렇지 않아"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공연이었다. 한국을 찾은 세계적 밴드 마룬5는 팀의 상징인 보컬 애덤 리바인(40)이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기대 이하의 콘서트를 펼쳤다. 그럼에도 연주자들은 발군의 실력을 뽐내 밴드의 묘미는 합주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줬다.
지난 27일 오후 8시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된 마룬5 내한 콘서트에는 3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오후 8시에 시작하는 행사였지만 스탠딩 구역의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오후 4~5시부터 대기했다는 관객도 심심찮게 보였다.
공연 기획사 라이브네이션코리아에 따르면 이번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공연장 주변에는 암표상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올해 콘서트는 마룬5가 4년 만에 선보인 내한 공연이었다. 2008년 이후 한국을 찾은 것만 여섯 번째인 이 팀엔 '프로내한러'(내한 공연을 자주 하는 가수라는 의미의 신조어)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다. 공연 중간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를 외친 리바인에게서 10년 넘은 한국 콘서트 내공이 전달됐다.

마룬5는 시작부터 히트곡으로 달렸다. '왓 러버스 두(What Lovers Do)' '페이폰(Payphone)' '디스 러브(This Love)'까지 처음 세 곡이 전부 미국 빌보드 핫100에서 10위권 안에 들었던 노래였다. 빌보드 1위를 기록한 싱글만 4곡, 20위권 싱글은 18곡을 보유하고 있는 최정상 가수답게 관객이 한번쯤 들어본 노래로만 공연을 채울 수 있었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마룬5는 과거와 현재의 커리어를 유연하게 이어오면서 팬층을 흡수해왔다"며 "프런트맨 애덤 리바인의 매력도 이 팀이 지속적으로 인기 를 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전달하는 메신저로서 보컬 리바인의 목소리는 최정상이 아니었다. '페이폰'에선 고음이 불안정했으며, '디스 러브'를 부를 땐 호흡이 달리는지 음절을 하나씩 끊어 툭툭 던지듯 노래했다. 가장 큰 문제는 중음역대였다.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리바인의 창법은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매끄럽게 소화하기에 만만치 않다.
이날 공연에서 그의 목소리에는 진성과 가성 사이의 이음새가 심각하게 비어 있었다. 자주 묵음 처리했다. 종종 떼창(관객들이 가수의 노래를 떼로 따라부르는 행위)을 유도하는 듯 마이크를 입에서 뗐지만, 관객도 밴드도 리바인도 알고 있었다. 음을 깨끗하게 처리할 자신이 없어서 그랬다는 것을.
부족한 소리는 악기 연주가 채웠다. 키보드, 기타, 베이스 기타, 드럼이 생음악의 묘미를 살리며 고척돔을 가득 채웠다. 종종 밴드의 성과는 보컬 한 사람이 독차지하는데, 이날만큼은 확실히 보컬 외 멤버가 더 빛났다.
아쉬움을 달래준 건 앙코르 무대였다. 리바인은 '걸스 라이크 유(Girls Like You)'부터 제 컨디션을 찾아 수준급 라이브를 보여줬다. '쉬 윌 비 러브드(She Will be loved)'와 영화 '비긴 어게인'에 삽입된 '로스트 스타즈(Lost Stars)'는 어쿠스틱 버전으로 감미롭게 불렀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허무감도 퍼졌다. 결국 관객은 그가 목을 푸는 과정을 약 한 시간 동안 감상한 셈이기 때문이다.
마룬5는 1일 대만, 3일 마카오, 5일 필리핀 등으로 월드투어 일정을 이어간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