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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의 브레인` 이성용 대표 "국민 99% 위한 유용한 리서치 제공"
입력 2019-02-27 15:56  | 수정 2019-02-27 16:01

"은행원 DNA로는 한계가 있다. 이성용 대표는 글로벌 인재라 안목이 워낙 크다. 다음 먹거리를 찾아야 하고, 나도 후배들을 위해 (먹거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지난해 말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 AT커니와 베인앤컴퍼니 한국사무소 대표 출신인 이 대표를 신한금융 미래전략연구소 대표로 깜짝 발탁하고 이같은 신임을 밝혔다. 그룹 안팎에서 입지가 크지 않았던 연구소를 회장 직속 '씽크탱크'로 전격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당초 본부장급에 불과했던 연구소장은 이 대표 선임과 함께 계열사 최고경영진(CEO)급으로 격상됐다. 업계에선 '파격 대우'로 받아들여진다.
취임 후 두달이 지난 이 대표를 최근 서울 중구 신한금융 임원 집무실에서 만났다. 2020년 이후 미래전략 구상에 거는 조 회장의 기대감이 큰 만큼 어깨가 무거울 법도 한데, 정작 본인은 샘솟는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미 15년 전부터 신한금융 계열사를 컨설팅하며 조 회장과도 인연을 맺어왔다는 그는 "조 회장이 종종 '안에 들어와서 같이 고민하자'고 하신 말씀을 농담으로만 생각하다가 연말에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생각하는 신한'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연구소를 연구·개발(R&D)과 먹거리 발굴, 경영진 트레이닝 등을 위한 조직으로 개편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발등에 떨어진 불은 신한금융의 460조 자산을 두 배 이상 성장시키기 위한 새 먹거리 발굴이다.
해결책은 냉철한 현실 분석에서 나온다. 그는 자신의 저서 '잘 되는 회사, 평범한 회사, 곧 망할 회사'에 빗대어 신한금융을 "잘 되는 회사와 평범한 회사 사이에 있는 잘 됐던 회사"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3조1567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으로 경쟁 금융지주사 중 1위를 차지했지만, 우리나라 은행들이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는 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인 주당순자산가치(PBR)를 보더라도 신한지주는 0.6배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등 글로벌 대형 은행 PBR이 1.3, 1.4배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이 대표는 20·30 세대 고객을 확보하고 글로벌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세대가 생각하는 금융과 2030 세대의 금융은 완전히 다른데 아직 이들의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켜주는 곳이 없다"며 "이들과 접점을 만들어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신한은행과 토스가 합작해 인가전에 뛰어들 인터넷전문은행은 새로운 수익모델인 동시에 고객 채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금융 소속 연구소로서 금융 리서치 기능도 대폭 강화한다. 앞서 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모두 연구소에서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지만 신한금융에는 해당 기능이 없었다. 이 대표는 수치와 통계만 가득한 거시적인 연구는 지양하고, 국민의 99%인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에게 도움될 만한 현실적인 정보를 유튜브 등 접근하기 쉬운 채널을 통해 제공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그밖에 핵심 먹거리로는 글로벌 진출, 부동산 자산 유동화, 블록체인 상용화 등을 꼽았다. 이 대표는 "업계를 선도하는 입장에서 단순히 규제 완화만 요구할 게 아니라 먼저 당국에 선택지와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은행·카드·보험 등 업종별로 나뉘어있던 틀을 깨고 자산관리(WM)·투자금융(IB) 등 부문별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당국의 규제 동향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업은 R&D 투자에 인색한 거의 유일한 업종"이라며 "디지털화 등 변화에 손 놓고 있다가 '위기 상황이다'라고 할 게 아니라 돈을 많이 벌 때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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