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친정 복귀` 박상준 대표 "STX 어려울 때 사회서 진 빚 갚을 것"
입력 2019-02-26 10:59  | 수정 2019-02-27 13:32
박상준 STX 대표. [사진 = 한경우 기자]

종합상사에서 일하다 지난 1997년 터진 외환위기 여파로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없게 되자 이듬해인 1998년 회사를 박차고 나와 석유제품 수입회사를 창업했다. 창업한 회사를 매각하고 에너지기업, 펀드운영회사 등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뒤 20년만에 친정에 복귀해 다시 상사맨이 됐다. 작년 8월 취임한 박상준 STX 대표의 이야기다.
작년 8월 취임한 박상준 대표가 STX를 친정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가 사회 생활을 시작한 쌍용그룹 사람들이 회사에 많이 남아 있어서다. 그가 쌍용에서 퇴직한 뒤 창업한 타이거오일을 매각한 회사도 STX였다. STX는 강덕수 전 회장이 지난 2001년 자신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직 중이던 쌍용중공업을 인수한 뒤 사명을 변경해 태어났다.
STX에 복귀한 박 대표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조직 구성원들의 무뎌진 사업 감각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채권단 관리를 받는 동안 새로운 시도를 하기 힘들었던 탓에 상사맨이 갖춰야 할 도전정신을 잃은 임직원이 있다고 박 대표는 진단했다. 그 역시 같은 이유로 첫 직장이었던 쌍용을 스스로 떠난 바 있다.
박 대표는 "임직원들이 상사맨으로서 사업감각을 회복할 교육 프로그램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라며 "교육 뿐 아니라 조직도 종합상사로써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데 적합하게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TX는 작년 말부터 항공MRO, 친환경 바이오테크, 콘텐츠 유통 등 3가지 신규 사업 진출 소식을 잇따라 전했다. 모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오래 전부터 구상해오던 사업들"이라며 "(AFC코리아 부회장으로 재직할 때) STX의 인수를 추진하면서 구체화했다.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서 STX라는 브랜드가 받고 있는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MRO 사업을 하게 될 STX에어로서비스는 항공기 부품 엔지니어링 역량을 갖춘 기업과 STX가 손잡고 출범시켰다. 높은 기술수준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 서비스를 하기에 기존 항공MRO 기업과 영역다툼을 벌이지 않고, 오히려 시너지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STX바이오는 생물학적 처리를 통해 오폐수를 정화하는 제품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우선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실적을 쌓은 뒤 산업단지로 진출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콘텐츠 유통사업이 'STX는 중공업 기반의 회사'라는 인식을 바꿔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STX라이언하트는 아시아 최대의 K-팝 아카데미인 한류 트레이닝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프로듀스101·48 등 K-팝 꿈나무들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촬영되기도 했다. 박 대표는 "STX라이언하트는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 투자업계와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며 음악을 넘어 연기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확장성은 박 대표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준 중 하나다. 계속해서 사업을 추가할 플랫폼이 돼야 성장을 계속할 수 있어서다. 이외 ▲시장의 경쟁 강도 ▲수익 기반이 글로벌 시장인지 여부 ▲사업 자체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지 여부 등도 STX의 신규 사업 진출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경영자에게는 경영에 실패했을 때 벌어질 사회적 파장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특히 STX는 경영이 어려워진 지난 2013년 채권단을 비롯해 한국 사회 전체에 빚을 졌지요.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중소기업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해나가는 게 사회적으로 진 빚을 갚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생각을 가진 박 대표에게 STX를 인수한 AFC머큐리펀드가 중국 자본이라는 인식은 뼈아프다. 이런 인식이 사실도 아니라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AFC머큐리펀드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자본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오해의 시작은 중국 정부가 출자한 AFC베이징의 자회사인 AFC홍콩이 AFC코리아를 설립한 데 있다. 그러나 현재 AFC코리아는 홍라정 대표가 대주주로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한국 회사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STX 대표로 취임하기 전 AFC코리아 부회장으로 일하며 비즈니스 전문가로서 금융전문가인 홍라정 대표와 투톱을 이뤄 회사를 운영했다.
▶▶ 박상준 대표는…
서울에서 태어나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서강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종합상사인 쌍용에 입사해 오일 트레이딩·투자, 베트남 해상 11-2 광구 가스전 개발사업 등을 담당했다. 쌍용을 퇴사하고 1998년 한국 최초의 석유제품 수입회사인 타이거오일을 설립했고, 2004년 STX에너지에 매각했다. 이후 한국LPG주식회사 회장, AFC코리아 부회장 등을 역임한 뒤 친정인 STX로 복귀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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