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주거래 은행` 개념 사라져…은행권 모바일플랫폼 혈투
입력 2019-02-25 17:55  | 수정 2019-02-25 20:16
◆ 금융결제망 전면 개방 ◆
은행과 핀테크 회사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동 결제시스템(오픈뱅킹)이 만들어지면 시중은행들의 모바일뱅킹 시장 경쟁은 생존을 건 혈투가 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의 디지털 담당 부장은 정책당국이 25일 발표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에 대해 "단순히 디지털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고 업권의 판도 자체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 개혁이라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생각보다도 더 파격적이고 광범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순히 조회나 송금 서비스만 앞세우는 전략으로는 자체 모바일 플랫폼에 고객을 붙잡아 두기 힘들어졌다"며 "이제는 '주거래은행'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는 만큼 특정 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탑재하는 전략이 필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가격 규제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국이 발표한 은행권의 오픈뱅킹 합의 내용에 따르면 새로 구축되는 시스템은 핀테크뿐 아니라 모든 은행이 참여한다. 이에 따라 A은행 모바일 앱에서 타행 고객의 결제·송금 서비스도 가능해진다는 게 골자다. 소비자 입장에선 특정 은행 앱을 써야 하는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또 은행들 출자로 구축된 금융결제원의 결제망에 핀테크 업체가 직접 참가하면 은행에 의존할 필요 없이 직접 송금·결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오픈뱅킹 시스템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간편송금업자의 경영 환경이 좋아지는 건 확실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복잡한 이슈가 많이 얽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결제원은 별도 수입원 없이 은행 출자금으로 운영되는데, 핀테크가 직접 참여하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인지 등이 명확해져야 한다"며 "세부 논의 과정이 당국 발표 내용처럼 간단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은행 간 망 개방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 담당 임원은 "단순히 망 개방뿐 아니라 은행 간 표준화된 전산 개발 등 시스템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파급효과가 얼마나 될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결제망 이용료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데 대해서도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카드 수수료 개입과 대출 가산금리 조정에 이어 지속적으로 가격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성토했다.
은행권에선 이 밖에도 핀테크 기업에 은행 업무 일부를 허용해 주는 만큼 은행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규제를 풀어 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 총괄 임원은 "모든 금융권의 금융자산을 조회·분석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 자격을 기존 금융사에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지주사의 핀테크 기업 인수 허용도 뜨거운 감자다. 현행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상 금융사가 비금융사인 핀테크 업체의 지분을 15% 초과해 보유하는 건 아직까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혁신 핀테크와 경쟁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인수·합병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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