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 부회장이 LG전자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향후 계열분리 등 거취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다. 구 부회장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둘째 동생이자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의 숙부다.
LG전자는 18일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내고 내년 3월까지 임기인 구 부회장을 대신해 권영수 ㈜LG 부회장을 등기이사(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구 부회장이 현재 맡고 있는 LG화학 등기이사직 역시 다음 달 만료된다.
오는 3월 구 부회장이 두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동시에 물러나면서 계열분리에 속도가 붙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퇴임 수순을 밟아 왔다. 2018년 6월 구광모 회장이 ㈜LG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되자 구 부회장은 경영일선에서 즉각 물러나고 연말인사에서 퇴임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룹 전통대로라면 구 부회장은 비주력 계열사 1~2곳을 떼어내 계열분리를 추진해야한다. 이는 그룹 전통의 '장자승계', '형제독립' 원칙 때문이다.
LG는 가족 간 경영권 다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승계 대상을 '장자'로 기정하고 전대 형제는 계열분리를 통한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이 원칙은 LG의 순조로운 경영권 승계를 이끌어 온 원동력으로 평가받는다.
구인회 LG 창업주 동생 구철회 명예회장 자손들이 1999년 LG화재를 만들어 그룹에서 독립시킨 뒤 LIG그룹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2대 구자경 회장 동생 구자학 회장이 LG유통(현 GS리테일)의 FS사업부를 분리해 아워홈으로 독립했으며, LG그룹의 전선·금속 부문과 에너지·유통·건설 부문을 분리해 LS그룹과 GS그룹을 탄생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직까진 뚜렷한 움직임은 포착되고 있지 않다. 다양한 추측만 거론될 뿐 현재까지 진척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구본준 부회장의 지분이 큰 규모인 만큼 당분간 ㈜LG의 우호 주주로 남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4세 경영을 안착시킨 후 계열분리 한다는 분석이다.
계열분리가 올해 안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계열분리, 우호주주, 독자적 사업 등 구 부회장의 퇴임 시나리오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에 대해 LG측은 "당분간 계열 분리 계획이 없고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디지털뉴스국 김승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