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최고 증권사 지점에서 열리는 상품 설명회를 참관하는 드문 경험을 했다. 일본 자산운용사 베트남 펀드를 개인 고객에게 설명하는 자리다. 지점 소재지는 도쿄 한복판이 아니라 인근 위성도시 평범한 동네. 그래서인지 참석한 고객은 20~30명에 불과했다. 마침 날씨가 궂어 그리 많은 고객이 오지는 못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설명회 장소 맨 뒷자리에 앉은 필자의 시선을 가장 먼저 끈 것은 고객들의 머리 색깔이었다. 모두 은발의 노인이다. 가장 젊어 보이는 고객도 예순은 넉넉하게 넘어 보였다.
그때 우리 일행을 안내한 현지 증권사 직원이 귀띔해주는데, 오늘도 예약한 손님 전원이 늦지 않고 오셨기 때문에 예정된 시간에 설명회를 시작한다는 얘기다. 그러고는 지점 직원이 냉수 한 컵씩을 손님들 책상에 배달하자마자 설명회가 시작됐다. 그 흔한 지점장 인사 말씀도 없었다. 불과 2~3분 동안 필자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세계 최고령 사회의 고객들, 고객 모두 예약을 지키는 자세, 군더더기 없이 내용 전달에만 열중하는 일선 판매창구의 문화가 그것이다. 베트남 경제 상황과 중장기 전망, 주요 산업 발전상, 정책 기조가 경제성장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 펀드 운용을 실제로 책임지고 있는 당사의 운용 경험, 베트남 현지를 직접 다녀온 일본 자산운용사 마케팅 직원의 경험담, 다양한 그래프와 설명 차트는 물론이고 사진과 동영상까지 활용해 베트남 주식시장에 생소한 일본 노인 투자자들에게 50분 동안 정말 잘 정리된 브리핑이 진행됐다.
조용히 들으면서 열심히 메모를 마친 노인 투자자들은 발표가 끝나자 맹렬한 질문 공세를 펼친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베트남 주식시장은 어떤 모습을 보였는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는가, 외국인 투자 제한 종목에 대해 어찌 대응하는가, 현지 통화 가치 전망은 어떠한가 등등. 끝으로 한 번 더 놀란 것은 설명회를 마치고 나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였다. 설명회장에 가려고 처음 탔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엘리베이터 안벽이 온통 '이달의 세미나 일정'이라는 시간표로 도배돼 있는 게 아닌가. 국내에서 흔히 보는 상품 포스터 한 장도 없다. 마치 대치동 학원 게시판을 보는 느낌이었다.
필자는 국내 증권사 또는 은행 지점에서 열리는 상품 설명회에 참관하거나 발표한 경험이 많지만 일본에서의 경험은 정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투자자, 운용 회사, 판매 채널 모두가 진지하고 성실했다. 집요하고 끝까지 공부하면서 분석하려는 자세가 절로 배어 나오는 광경이었다. 모두가 열심히 설명하고 공부하는 현장이었다.
지금 우리나라 인구 구조를 보면 고령화 관점에서 일본을 15년 정도 후행하며 따라가고 있다. 그에 비해 국민소득은 물론이고 평균적인 노후 대비 자산 규모는 일본에 비해 많이 뒤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판단이다. 일본 수준의, 아니 일본을 능가하는 성실함이 있어야만 소득과 노후 대비 자산 규모의 열위를 극복할 수 있다. 자산 관리의 성패는 일선 투자 현장 문화에서 이미 판가름 난다. 그리고 투자 현장의 좋은 문화는 투자자와 업계가 같이 노력해야 정착될 수 있다.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때 우리 일행을 안내한 현지 증권사 직원이 귀띔해주는데, 오늘도 예약한 손님 전원이 늦지 않고 오셨기 때문에 예정된 시간에 설명회를 시작한다는 얘기다. 그러고는 지점 직원이 냉수 한 컵씩을 손님들 책상에 배달하자마자 설명회가 시작됐다. 그 흔한 지점장 인사 말씀도 없었다. 불과 2~3분 동안 필자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세계 최고령 사회의 고객들, 고객 모두 예약을 지키는 자세, 군더더기 없이 내용 전달에만 열중하는 일선 판매창구의 문화가 그것이다. 베트남 경제 상황과 중장기 전망, 주요 산업 발전상, 정책 기조가 경제성장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 펀드 운용을 실제로 책임지고 있는 당사의 운용 경험, 베트남 현지를 직접 다녀온 일본 자산운용사 마케팅 직원의 경험담, 다양한 그래프와 설명 차트는 물론이고 사진과 동영상까지 활용해 베트남 주식시장에 생소한 일본 노인 투자자들에게 50분 동안 정말 잘 정리된 브리핑이 진행됐다.
조용히 들으면서 열심히 메모를 마친 노인 투자자들은 발표가 끝나자 맹렬한 질문 공세를 펼친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베트남 주식시장은 어떤 모습을 보였는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는가, 외국인 투자 제한 종목에 대해 어찌 대응하는가, 현지 통화 가치 전망은 어떠한가 등등. 끝으로 한 번 더 놀란 것은 설명회를 마치고 나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였다. 설명회장에 가려고 처음 탔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엘리베이터 안벽이 온통 '이달의 세미나 일정'이라는 시간표로 도배돼 있는 게 아닌가. 국내에서 흔히 보는 상품 포스터 한 장도 없다. 마치 대치동 학원 게시판을 보는 느낌이었다.
필자는 국내 증권사 또는 은행 지점에서 열리는 상품 설명회에 참관하거나 발표한 경험이 많지만 일본에서의 경험은 정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투자자, 운용 회사, 판매 채널 모두가 진지하고 성실했다. 집요하고 끝까지 공부하면서 분석하려는 자세가 절로 배어 나오는 광경이었다. 모두가 열심히 설명하고 공부하는 현장이었다.
지금 우리나라 인구 구조를 보면 고령화 관점에서 일본을 15년 정도 후행하며 따라가고 있다. 그에 비해 국민소득은 물론이고 평균적인 노후 대비 자산 규모는 일본에 비해 많이 뒤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판단이다. 일본 수준의, 아니 일본을 능가하는 성실함이 있어야만 소득과 노후 대비 자산 규모의 열위를 극복할 수 있다. 자산 관리의 성패는 일선 투자 현장 문화에서 이미 판가름 난다. 그리고 투자 현장의 좋은 문화는 투자자와 업계가 같이 노력해야 정착될 수 있다.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