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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보다 나은 아우`…주목받는 `한진가 막내` 조정호 메리츠 회장
입력 2019-02-14 17:05  | 수정 2019-02-14 17:30
[제공 : 삼성증권]

한진중공업이 완전 자본잠식으로 거래정지 사태를 맞으면서 범(凡)한진 그룹에서 한진해운에 이어 또다시 상장폐지 악몽이 재연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창업주인 고 조중훈 전 회장의 네 형제들이 갑질 논란, 파산 사태 등으로 홍역을 치룬 가운데 사남 조정호 회장이 이끄는 메리츠금융그룹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한진해운에 이어 벼랑에선 한진중공업…한진그룹은 갑질논란
한진그룹은 창업주인 조중훈 전 회장이 2002년 사망한 이후 장남인 조양호 한진그룹 2대 회장이 대한항공과 한진고속, 택배사인 한진 등 주력 계열사를 물려 받았다. 이어 차남인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을, 삼남인 고 조수호 회장은 한진해운을, 사남인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화재(옛 동양화재)를 이끌고 분가하게 된다.
가장 풍파가 심했던 곳은 삼남 고 조수호 회장이 이끌었던 한진해운이다. 한진해운은 한때 세계 4위 규모를 자랑했던 우리나라 대표 해운사였다. 하지만 2006년 조수호 회장이 지병으로 타계하고 이듬해 부인인 최은영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위기가 찾아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운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한진해운의 실적도 크게 나빠졌다. 최 전 회장은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2013년 시숙인 조양호 회장에게 한진해운 지분과 경영권을 넘겼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에 7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결국 한진해운은 2017년 2월 파산하고 말았다.
차남 조남호 회장이 이끄는 한진중공업의 상황도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 회사의 전신은 대한조선공사라는 정부 소유 공기업으로, 1956년 3월 3일 증권거래소 첫 거래 당시 상장됐던 12개 종목 가운데 하나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의 선대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1989년 이 회사를 인수했고 2005년 한진중공업그룹으로 계열분리됐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의 실적이 곤두박칠치는 가운데서도 비교적 잘 버티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결국 계속되는 조선사업의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전날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는 사실을 공시했다. 주식 거래도 정지되면서 가장 오래된 상장사라는 타이틀도 내려 놓을 위기에 처했다. 회사측에서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채무조정 협상을 벌여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달 개최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장남 조양호 회장은 2006년 한진고속을 동양고속에 매각한 것을 제외하면 선친에게서 물려 받은 항공과 택배 분야에서 비교적 무난한 경영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경영 외적인 부분에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장녀인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은 지난 2014년 사무장을 내리게 하기 위해 탑승구에서 출발하던 항공기를 회항시킨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켰고 이 일로 144일 동안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는 조현민 전 전무가 광고대행사 팀장에게 회의 중 물을 뿌렸다는 갑질 논란이 확산됐다. 조현민 전 전무에 이어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도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일가족에 대한 큰 비난 여론이 일었다. 조양호 회장 본인도 270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최근에는 조세포탈 혐의도 추가됐다.

◆막내 조정호 회장의 나홀로 '승승장구'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은 상속 당시 그룹에서 가장 왜소했던 금융 분야를 물려 받았다. 메리츠화재(당시 동양화재)가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된 2005년 당시 메리츠화재의 자기자본 규모는 2303억원으로, 당시 4조원이었던 대한항공의 1/10도 되지 않았다.
조 회장이 이끄는 메리츠금융그룹은 계열 분리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거듭했다. 국내 첫 보험지주사로 메리츠금융지주가 설립된 지난 2012년 16조8559억원이었던 연결 기준 금융지주 총 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51조9486억원으로 성장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2월 말 자산 기준 재계 순위는 51위로, 56위의 한진중공업을 이미 추월했다.
특히 메리츠종금증권의 성장세가 상당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불과 10년전까지 업계30위권 수준의 중소형사로 취급됐다. 하지만 2015년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몸집이 빠르게 불어났다. 6000억원 수준이던 자기자본도 현재 3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주사가 출범한 지난 2011년 당시 지주사 전체 이익에서 보험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메리츠화재는 2600억원, 메리츠종금증권은 43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정도로 증권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조정호 메리츠 회장도 구설수에 휘말린 적이 있다. 2013년부터 사업보고서에 고액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이 공개되면서 조정호 회장이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비난 여론이 일자 조 회장은 2013년 6월 회장직에서 물러났다가 이듬해 3월 다시 경영에 복귀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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