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병원 10곳 중 3곳은 만성폐쇄성 폐질환자에 대한 관리·치료 실적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전국 병·의원을 상대로 만성폐쇄성 폐질환 4차 적정성 평가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만성폐쇄성 폐질환은 기도와 폐에 이상이 발생해 호흡 곤란과 기침, 가래 증상이 나타나는 폐질환으로 대기오염이나 흡연 등에 의해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이 질환은 폐기능 검사를 통한 조기 발견과 흡입기관지 확장제 사용, 꾸준한 외래 진료 등을 통한 관리가 중요하다. 심평원도 지난 2014년부터 만 40세 이상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이 질환 치료기관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6~2017년에 진행된 3차 평가에 이어 이번 4차 평가는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전국 의료기관 6379곳의 외래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주요 평가지표는 △폐기능 검사 시행률 △흡입기관지 확장제 처방 환자 비율 △지속 방문 환자 비율 등이다.
우선 1년에 한 번 이상 폐기능 검사를 실시했는지 여부를 평가한 결과 국내 병원의 검사 시행률은 71.4%로 3차 평가 때보다 3.5%포인트, 1차 평가와 비교하면 12.7%포인트 늘었다. 만성폐쇄성 폐질환 치료약인 흡입기관지 확장제는 기도를 확장시켜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것으로 먹는 약보다 증상 개선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도 적게 발생한다. 이 약물을 처방 받은 환자 비율은 80.7%로 나타나 1차 평가 때보다 역시 12.8%포인트 크게 늘었다.
이 질환은 적절한 치료를 받더라도 폐기능이 점차 떨어질 우려가 있어 정기적으로 증상이나 악화 병력 등을 추적 관찰하면서 치료방법을 변경하거나 합병증 발생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이에 따라 꾸준한 환자 관리를 유도하기 위해 연 3회 이상 동일한 병원을 방문한 환자 비율을 조사한 결과 84.8%로 나타났다. 대다수 환자들이 같은 병원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치료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병원을 3회 이상 방문한 환자는 1~2회 방문한 환자들보다 입원이나 응급실을 경험하는 비율도 더 낮았다. 특히 연간 방문횟수가 6회 이상인 경우 입원이나 응급실 이용이 더욱 크게 감소해 꾸준한 외래 방문을 통한 관리가 질환 개선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은 6379개 의료기관 가운데 연간 평가대상 환자 수가 10명 이상이고 3개 지표 모두 산출된 병원 1368곳을 대상으로 종합점수를 매겨 1~5등급을 산출했다. 그 결과 1등급을 받은 병원은 총 371곳으로 3차 평가 당시 339곳보다 32개(9.4%) 더 늘었고 4~5등급을 받은 곳은 351곳으로 3차 평가 때보다 106곳(2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71개 1등급 병원 중 인천·경기권이 가장 많은 105개를 차지했고 부산·대구·경남·경북 등 경상권 90개,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권 50개로 나타났다. 서울은 71개 병원이 1등급을 받았다. 서울에선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13곳이 모두 1등급을 받았고 종합병원 26곳과 의원 28곳도 1등급을 차지했다.
심평원은 올해 하반기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관련 의학회와 함께 '폐의 날 행사'를 새로 진행할 예정이다. 김승택 심평원 원장은 "의료기관의 자율적 의료 질 향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올해 상반기에 평가 대상기관 중심으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을 상대로 전국 16개 개원의협회와 함께 추가 교육도 하겠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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