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결권 강화나선 국민연금 ◆
국민연금이 올해 상장기업 주주총회부터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공개한다. 한진칼과 남양유업 등 주주제안 형태로 상장사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이뤄진 결정이다. 국민연금 위탁운용 자금 유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민간 자산운용사들을 우군으로 확보해 주총 의결권 대결을 유리하게 끌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8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올해 3월 주주총회부터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공개하기로 했다. 대상은 국민연금 지분율이 10% 이상이거나 국내 주식 투자 포트폴리오 중에서 비중이 1%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국민연금 지분율이 10% 이상인 기업이 79개, 보유 비중이 1% 이상(2017년 말 기준)인 기업은 21개에 달한다. 이 밖에 수탁자책임위가 별도로 결정한 안건을 사전 공시할 계획인 점을 감안하면 대상 기업만 100곳이 넘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현대차 등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대기업이 상당수 포함된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주총 이후(14일 이내)에 의결권 행사 결과를 공개했다. 국민연금 측 의사 결정이 시장과 기업에 미칠 수 있는 여파를 감안한 조치였다.
이번 결정으로 국민연금은 '주총 거수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몇 년간 주주총회 반대 의견 비중이 10%대에 머물렀다. 2014년 9.05%, 2015년 10.12%, 2016년 10.07%, 2017년 12.87% 등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지난해에만 반대 비중이 19.23%로 높았다.
특히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이 실제 부결로 이어진 사례는 극히 드물다. 2016년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대상이 된 기업 67곳 가운데 실제 안건이 부결된 기업은 한 곳도 없었고, 2017년에는 4개사, 지난해에는 3개사뿐이다. 주총 안건 부결을 위해선 최소 25% 이상 의결권 확보가 필요한 탓에 국민연금의 현재 의결권 행사 시스템으로는 안건 부결을 끌어내는 게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이 다수 상장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보유 지분만으로는 실제 의안 통과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해온 게 사실"이라며 "기관투자가들 간 공식 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전 공시는 시장에 충분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의결권 행사 방향을 미리 공시하게 되면 국민연금이 여론전의 선봉에 서게 될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에 투자한 자금 중 57조원을 민간 자산운용사들에 위탁하고 있는데, 자금을 받아야 하는 운용사로서는 국민연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여기에 정부 입김이 강한 국민연금 거버넌스 구조를 감안하면 관치 논란이 증폭될 소지도 있다는 평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의결권 행사를 논하기 전에 전문성을 키우고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며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이 하는 대로 하겠다는 펀드나 연기금이 다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이 일반 행동주의 펀드처럼 움직이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평가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민연금이 올해 상장기업 주주총회부터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공개한다. 한진칼과 남양유업 등 주주제안 형태로 상장사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이뤄진 결정이다. 국민연금 위탁운용 자금 유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민간 자산운용사들을 우군으로 확보해 주총 의결권 대결을 유리하게 끌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8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올해 3월 주주총회부터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공개하기로 했다. 대상은 국민연금 지분율이 10% 이상이거나 국내 주식 투자 포트폴리오 중에서 비중이 1%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국민연금 지분율이 10% 이상인 기업이 79개, 보유 비중이 1% 이상(2017년 말 기준)인 기업은 21개에 달한다. 이 밖에 수탁자책임위가 별도로 결정한 안건을 사전 공시할 계획인 점을 감안하면 대상 기업만 100곳이 넘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현대차 등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대기업이 상당수 포함된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주총 이후(14일 이내)에 의결권 행사 결과를 공개했다. 국민연금 측 의사 결정이 시장과 기업에 미칠 수 있는 여파를 감안한 조치였다.
이번 결정으로 국민연금은 '주총 거수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몇 년간 주주총회 반대 의견 비중이 10%대에 머물렀다. 2014년 9.05%, 2015년 10.12%, 2016년 10.07%, 2017년 12.87% 등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지난해에만 반대 비중이 19.23%로 높았다.
특히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이 실제 부결로 이어진 사례는 극히 드물다. 2016년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대상이 된 기업 67곳 가운데 실제 안건이 부결된 기업은 한 곳도 없었고, 2017년에는 4개사, 지난해에는 3개사뿐이다. 주총 안건 부결을 위해선 최소 25% 이상 의결권 확보가 필요한 탓에 국민연금의 현재 의결권 행사 시스템으로는 안건 부결을 끌어내는 게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이 다수 상장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보유 지분만으로는 실제 의안 통과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해온 게 사실"이라며 "기관투자가들 간 공식 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전 공시는 시장에 충분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의결권 행사 방향을 미리 공시하게 되면 국민연금이 여론전의 선봉에 서게 될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에 투자한 자금 중 57조원을 민간 자산운용사들에 위탁하고 있는데, 자금을 받아야 하는 운용사로서는 국민연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여기에 정부 입김이 강한 국민연금 거버넌스 구조를 감안하면 관치 논란이 증폭될 소지도 있다는 평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의결권 행사를 논하기 전에 전문성을 키우고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며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이 하는 대로 하겠다는 펀드나 연기금이 다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이 일반 행동주의 펀드처럼 움직이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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