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택배 상자 속 `웹하드 무료 쿠폰`이 불편한 이유
입력 2019-02-08 16:23 
웹하드 카르텔 관련 논란과 함께 웹하드 쿠폰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웹하드 쿠폰을 책과 함께 발송하고 있는 여러 인터넷 서점에 대한 비판이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이어졌다.[사진 출처 = 연합뉴스]


대학생 이 모씨(24)는 최근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한 택배 상자 안에 웹하드 무료 다운로드 쿠폰이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불쾌감을 느꼈다. 이 씨는 "웹하드 카르텔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사은품이라는 명목으로 무료 쿠폰을 끼워 보내는 게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웹하드 쿠폰은 택배 상자뿐 아니라 PC방이나 식당에서 누구나 집어갈 수 있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양진호 사건'을 통해 웹하드 카르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웹하드 쿠폰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여전히 웹하드 쿠폰을 책과 함께 발송하고 있는 여러 인터넷 서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상황.
웹하드 쿠폰 배포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교보문고 관계자는 "업체와의 계약 탓에 일단 남은 쿠폰을 소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늦어도 2~3월 이후엔 쿠폰이 함께 발송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웹하드 카르텔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조만간 정리할 예정이고, 최대한 빨리 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터넷 서점인 YES24 측 관계자는 "웹하드 쿠폰을 직접 보낸 적이 없다"며 "단정 할 수는 없지만, 만약 받은 고객이 있다면 출판사 쪽에서 책에 끼워 놓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실제로 웹하드 쿠폰이 불법 촬영물 소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이효린 상담팀장은 "쿠폰 금액만큼의 콘텐츠 다운로드가 가능하기 때문에 무료 쿠폰 배포가 당연히 불법 콘텐츠 소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웹하드 업체가 무료 쿠폰을 불법 콘텐츠의 구매를 유도하는 미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팀장은 "쿠폰을 통한 신규가입이냐 단순 검색을 통한 유입이냐에 따라 사용자에게 나타나는 화면 자체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즉 무료 쿠폰을 통한 가입일 경우 유료 콘텐츠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더욱더 많은 불법 음란물이 보이도록 화면이 설정돼 있다는 것.
이 팀장은 "이를 볼 때 무료 쿠폰의 용도가 단순히 회원 확보만을 위한 것이 아닌 불법 콘텐츠 구매를 유도하고, 실제 판매를 통해 불법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웹하드 쿠폰 배포는 불법 촬영물 유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 전부터 저작권 침해 방조와 연결되며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웹하드 무료 다운로드 쿠폰 배포를 저작권 침해 방조로 규정하고 단속 의지를 표명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정부에 등록된 웹하드, 개인 대 개인(P2P) 파일 공유 사이트 65개 중 49개가 무료 다운로드 쿠폰을 발행하고 있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합법적인 웹하드 업체의 쿠폰 발행 자체를 불법으로 보긴 힘들다"며 "불법 콘텐츠를 유통하는 웹하드 업체의 수사 과정에서 수익 증대를 위해 쿠폰을 악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 내용의 일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 또한 "웹하드라는 공간을 본래 목적에 맞게 정상화한다면 쿠폰을 나눠주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닐 것"이라며 "불법 콘텐츠 유통을 멈추는 등 웹하드를 정상화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오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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