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운영하는 차등보험료율제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유독 저축은행에만 박한데다 경영실적이 개선됐음에도 제도의 취지와 달리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을 비롯해 2위 OK저축은행까지 무더기 등급 하락으로 높은 예금보험료율을 적용받고 있기때문이다.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최근 취임한 가운데 예보료율 개선을 중대 과제로 꼽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예보료 인하는 "어림없는 소리"라고 선전 포고한 예보와 저축은행 예보료 인하에 드라이브를 건 박 회장의 신경전이 벌써부터 시끌시끌하다.
7일 대외비로 분류되는 예보의 '2017 사업연도 차등평가 종합분석' 자료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1등급과 3등급 상한 비율이 변경됐다. 기존에는 3등급만 5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했지만, 2017년 평가부터는 1, 3등급 비율이 5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예보는 "부실위험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설명했다.
그 결과, 저축은행 업계의 예금보험 차등평가 1등급은 기존 70개에서 25개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2017년에는 저축은행권의 순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해로 금융감독원에서는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돼 향후 부실위험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올 때다. 저축은행권은 재무건전성이 개선됐음에도 되레 등급하락으로 예보료 폭탄을 맞은 셈이다.
때문에 이를 두고 '고무줄 평가'라는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경영개선으로 살아남은 DB저축은행도 등급 하락을 맞았다. DB저축은행은 저축은행권에서 모범경영으로 손꼽히는 상징적인 곳이다.
현재 저축은행권 예보료율은 은행 0.08%, 보험과 금융투자사 0.15% 대비 5배 높은 0.40% 수준이다. 예컨대 예금으로 들어온 수신의 0.40%를 예보가 예보료로 걷어가는 것. 때문에 비과세 혜택까지 받는 상호금융권을 비롯해 새마을금고, 신협 대비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경쟁력이 후퇴하고 있다. 저축은행권이 이들 업권과 동일하게 경쟁하려면 예보료율 0.40%에 비과세 혜택이 없어 손해 보는 예금 경쟁력(0.3%포인트)까지 거의 1.0%포인트 가까이 예금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 하지만 예금금리를 올리면 그만큼 대출금리도 올려야 하는데 금융당국의 규제와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까지 낮아질 전망이어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게다가 저신용자 등 서민금융을 지원하는 업권임에도 예보료 측면에서는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박재식 신임 저축은행중앙회장. [사진 제공 = 저축은행중앙회]
예보료율이 타업권 보다 저축은행권에 유독 높은 것은 과거 '원죄' 탓이다. 일련의 부실사태로 저축은행권에서 27조원 이상 예금보험료 등이 빠져나갔고 그 결과, 관련 예보료 계정에 손실이 지속돼 은행 등 타계정에서 부족분을 상당하게 꿔다 메꾸고 있다. 향후 10년을 타계정에서 예보료를 각출해도 손실을 복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예보는 부실 저축은행 자산 처분 등을 통해 저축은행에 투입한 27조원 중 11조원을 충당했고, 여전히 10조원 이상 더 채워야 하는 터에 "예보료 인하는 어림없는 소리"라는 입장이다.저축은행 업계를 새로 이끌게 된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은 당선 일성으로 '예보료 인하'를 외쳤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예보료 인하는 불가능하다. 다만, 예보가 좀 더 납득할 수 있는 예금보험 차등평가 기준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예금보험 차등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저축은행 70개 가운데 그 다음 평가에서 1등급이 45곳이나 감소한 것에 '정치적' 배경도 작용해서다. 국정감사에서는 저축은행 예금보험 차등평가 등급 결과가 지적 사항으로 나온 바 있다. 너무 1등급이 많아 평가의 신뢰성과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지적 후 예금보험 차등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등급 하락의 고배를 마셨다. 예보의 한 관계자는 "평가 방식을 바꾼 이유 중 하나가 국감의 지적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보험 차등평가 방식이 좀 더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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