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리뷰] `칠곡 가시나들` 웃고 울리는 우리 할매들
입력 2019-02-03 07:01  | 수정 2019-02-03 19:14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칠곡 가시나들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일상, 그 설렘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웃고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감독 김재환)은 인생 팔십 줄에 한글과 사랑에 빠진 경상북도 칠곡군의 일곱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다. 일곱 할머니 모두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한글을 익히지 못했다. 해방 이후에는 생계로 인해 배우지 못했다.
인생 팔십 줄, 별일 없던 할머니들은 배움 학교에서 뒤늦게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할머니들의 인생에 또 다른 설렘이 찾아왔다. 거리를 걸을 땐 간판을 읽고, 받아쓰기할 땐 친구의 답변을 슬쩍 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손잡고 소풍을 간다.

‘칠곡 가시나들은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가득한 소녀 같은 할머니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물론 늘 즐거운 일들만 있는 건 아니다. 병원을 다녀오고, 연속극을 보고, 손자와 시간을 보내고, 빨래하는 평범한 하루가 더 많다. 그렇다고 특별하지 말란 법이 있는가. 개성 넘치고 매력 넘치는 할머니들의 하루와 시들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과 눈물이 절로 터진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할머니들의 시는 위트 넘치고 철학 넘친다. 맞춤법은 틀리고 글씨도 서툴지만, 진심을 담은 시들이 마음을 콕 파고든다. 과거의 꿈을 이야기하고, 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고, 먼저 간 영감에 대한 사랑을 담은 그 시 안에 모든 것이 다 있다.
색색의 그림일기, 할머니가 뒤늦게 배운 한글로 아들에게 쓴 편지 등이 뭉클하게 만든다. 배꽃 호박꽃 고드름 강가 등 사계절을 담은 아름다운 풍경과 물 흐르는 소리, 벌레 우는 소리 등을 보고 듣노라면 절로 힐링이 된다. 27일 개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99분.
skyb1842@mk.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