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해자다움' 인정한 1심…2심은 '피해자다움' 비판
입력 2019-02-01 20:01  | 수정 2019-02-01 20:31
【 앵커멘트 】
1심에서 안 전 지사의 10가지 범죄혐의가 무죄였는데 2심에서는 대부분 유죄로 바뀌었습니다.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이권열 기자와 조금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1 】
안 전 지사의 형량이 징역 3년 6개월인데 바로 법정구속까지 됐어요.
이례적인 판결입니까? 어떻습니까?

【 기자 】
검찰은 징역 4년을 구형했습니다.

검찰 구형과 판결 결과가 큰 차이가 없으니까 재판부에서 무겁게 형량을 매겼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는 법정 최고형이 7년인데 이번 경우엔 피해자가 청소년·아동이 아니고 성인입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유죄가 나오는 사례가 그동안 많지 않았습니다.


또 피해자가 성인인데 이 정도 형량이 나온 건 흔치않다, 법조계에선 대체로 이렇게 봅니다.

【 질문2 】
1심 결과가 완전히 뒤집힌 건데 어떤 이유가 있는 건가요?
새로운 증거가 나왔습니까?

【 기자 】
그동안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됐기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왔는지는 추가로 확인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그런데 성범죄 재판에서 중요한 증거는 피해자 진술입니다.

이번 판결은 피해자 진술을 믿을만하다, 이렇게 본 겁니다.

최근 다른 성범죄 사례에서도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을 판결 근거로 삼는 사례가 많은데요.

연극연출가 이윤택 씨 사건이나 유튜버 양예원씨가 추행당한 사례에서도 법원은 피해자 진술 신빙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 질문3 】
김지은 씨의 진술은 1심이나 2심에서 비슷할텐데, 진술을 보는 법원의 시각이 달라진 거잖아요?
이유가 있나요?

【 기자 】
이른바 '피해자다움'에 대한 법원의 시각이 바뀌었습니다.

안 전 지사 쪽에선 "김지은씨가 피해자라고는 볼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피해를 본 다음날 아침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 식당을 알아봤다는 겁니다.

또 김지은씨가 동료들에게 장난을 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고 안 전 지사에게 이모티콘을 보내기도 했다는 점도 안 전 지사 측이 거론한 바 있습니다.

1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입니다.

2심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순두부 식당을 알아본 건 수행비서로서 업무를 수행했다는 겁니다.

또 재판부는 이모티콘 사용은 피해자의 평소 습관일 뿐 안 전 지사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안 전 지사 측의 주장에 대해 "정형화한 피해자라는 편협한 관점에 기반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질문4 】
판사가 달라진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번 판결을 내린 판사는 어떤 분인가요?


【 기자 】
2심 재판장은 홍동기 판사입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판사로 평가를 받습니다.

지난해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로부터 우수 재판관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1심 재판은 상당 부분 공개로 진행됐는데 이번 재판은 대부분 비공개였습니다.

재판 과정이 공개되면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알려지게 된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범죄에 대해서 엄격한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성관계를 거부한 여성을 때려 숨지게 한 남성에 대해서 징역 25년을 선고했습니다.


【 질문5 】
안희정 전 지사가 유력 대권주자였는데, 정치권 반응은 어떻습니까?

【 기자 】
여야의 반응이 엇갈렸습니다.

야4당은 "당연한 판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유죄선고를 내린 것은 당연하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바른미래당도 논평에서 "안 전 지사는 즉각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법원의 판결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안 전 지사의 친정이죠.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침묵했습니다.

당 안에서 안 전 지사에 대한 판결 자체는 맞다, 이렇게 보는 의견은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김경수 경남지사에 이어 안 전 지사까지 대선 주자로 꼽히던 인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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