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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오렌지라이프 효과`…자산규모 KB 앞서
입력 2019-02-01 16:42  | 수정 2019-02-01 18:24
국내 1위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KB금융과 신한금융 간 전쟁이 치열하다. KB가 2년 연속 우위를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대규모 희망퇴직 비용과 신한의 '오렌지라이프 인수'라는 거대 변수 영향 등으로 '불안한 1위'라는 그림자도 드리워졌다. 특히 1일 신한이 오렌지라이프를 정식으로 자회사로 편입해 올해 1분기부터는 신한에 오렌지라이프 순익·자산이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여 실적 1위 탈환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격해질 전망이다.
이날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지난해 KB의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3조3022억원으로, 전년 대비 0.28% 감소했다. 신한의 전망치인 3조1568억원을 간신히 넘었다. 전망치대로라면 KB는 2017년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신한에서 9년 만에 탈환한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간신히 지켜내는 셈이다. 두 그룹의 연간 당기순이익 격차는 2017년 3937억원에서 지난해 1454억원(전망치)으로 줄었다.
KB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43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5%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통상임금의 300%에 해당하는 대규모 성과급과 직원들의 희망퇴직 비용 부담이 컸고, 은행 외 계열사 손익이 부진했던 탓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615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단행했는데, 이는 지난해 희망퇴직자보다 1.5배 더 많을 뿐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가장 많은 수다. 강혜승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손해보험사와 증권사 실적이 부진해 비이자이익이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며 "지난해 4분기 판매관리비는 연말 성과급과 희망퇴직 비용으로 약 4000억원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산 기준으로도 신한의 우위가 점쳐진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신한의 총자산은 457조7068억원이지만 오렌지라이프 자산 32조3461억원을 더하면 490조529억원으로 늘어난다. 같은 시기 KB 총자산 477조7000억원을 앞서는 것이다. KB가 또 다른 '빅딜'을 단행하지 않는 한 신한의 우세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오렌지라이프는 임시이사회를 열고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 59.15%를 신한에 양도하고 대주주 변경을 승인해 자회사 편입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김태연 신한지주 재무팀 본부장도 새 이사로 선임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계약 체결 후 오렌지라이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오렌지라이프가 한 가족이 됨으로써 신한은 자산·손익 등 전반에서 대한민국 최고 금융그룹의 위상을 확고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한은 우선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을 별도 회사로 둔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두 회사 합병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는 2022년 이전에는 신한생명의 자본 확충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오렌지라이프 최고경영자(CEO) 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하려면 늦어도 이달 말께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가 내정자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임보혁 전 신한생명 부사장 등 신한금융 출신 인사, 오렌지라이프 부사장의 승진, 외부 보험 전문가 영입 등이 두루 거론되고 있다. 변수는 정문국 신한생명 대표 내정자(현 오렌지라이프 대표)의 거취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 문제가 정리되는 대로 오렌지라이프 CEO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태성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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