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현대重·대우조선 동반부실"…싸늘한 시장
입력 2019-02-01 16:31  | 수정 2019-02-01 19:45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한 식구가 될 것이란 예고에 동반 부실 우려감이 나타나며 두 종목 모두 주가가 하락세다.
작년에 적자 전환한 현대중공업이 부채비율 200%가 넘는 대우조선해양까지 떠안게 되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집중 매도에 시달리고 있다. 일각에선 양사의 사업 조정과 비용 절감 노력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실적 개선이 나타난다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1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전날보다 각각 7.6%, 8.6% 하락했다. 현대중공업지주도 2.8% 떨어졌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지주가 대우조선해양의 사실상 최대주주가 되면서 대규모 증자 부담을 지게 돼 지분 가치가 감소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50만원에서 48만4000원으로 내렸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로 조선산업 재편, 저가 수주 지양, 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으로 장기 방향성이 긍정적이지만 단기간 개편 과정에서 대규모 증자, 그룹의 자금 지원 등으로 주가 변동성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재 KDB산업은행과 조선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 방식에선 대규모 유상증자가 필요하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유상증자에 따른 주식가치 하락이 예상돼 일부 현대중공업 투자자들이 미리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신설 법인을 만들어 각각 1·2대 주주에 오르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통적인 주식 매각이 아닌 신설 법인을 통해 최대주주만 바뀌는 형식이라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이 높은 것도 현대중공업에는 부담이다. 작년 9월 말 현재 이 업체의 부채비율은 215.9%로 현대중공업(119%)보다 높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영구채(신종자본증권)를 갖고 있다. 전체 자본(3조6000억원)의 63.5%에 달한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되지만 이를 실질적인 부채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같은 분석 영향에 외국인은 최근 2거래일(1월 31일~2월 1일) 동안 현대중공업 주식을 62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도 43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 발표 직전 한 달간(1월 1~30일) 외국인 순매수가 562억원에 달했는데 갑자기 주식을 팔기 시작한 셈이다.
기관도 현대중공업 주식 매도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2거래일 동안 612억원어치를 팔았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 순매도는 661억원이다. 현대중공업 지분 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31.67%)가 최대주주이며 국민연금(9.36%), KCC(6.76%) 등이 5% 이상 주요 주주다.
양사의 실적이 좋지 않은 것도 주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2017년 146억원 흑자를 기록했던 현대중공업은 작년에 4736억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전인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영업이익이 8071억원으로 추정되지만 올해는 3684억원으로 예상돼 1년 새 이익이 54.4%나 감소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대우조선해양 지분가치가 반영되면 실제 주주가치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증권가에선 실적 개선이 양사의 비용 절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날 공동 담화문을 통해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반드시 해야 할 투자를 두 회사에서 동시에 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절감된 투자 비용을 다른 곳에 투자하면 기술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문일호 기자 / 박의명 기자 / 울산 = 서대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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